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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Jul 08. 2017

그놈의 지긋지긋한 행복학

스토아학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당신이 필요해. 

한국에 왔을 때 뜨악한 표현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거다.


꽃길만 걷자.


아니? 왜?

인생은 고통이거늘, 부처님도 말씀하셨고 다들 인정하는 바인데, 뭔 소리인겨. 지난번 포스팅에서 미처 못다 한 말이 이거였다. 인생은 원래 존내 힘들다. 그리고 미디어에 속지 말자. 000을 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에 속지 말자.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유독 그런 환상에 자주 시달린 것 같긴 하다.


- 퇴사하면 행복할 거야

- 독립하면 행복할 거야

- 연애/결혼하면 행복할 거야

- 창업하면 행복할 거야

- 세계여행을 하면 행복할 거야

- 생태마을에 가면 행복할 거야

- 디지털 노매드가 되면 행복할 거야

- 북유럽에 가면 행복할 거야 (응?)

-....


한때는 '행복학'에 꽂혀서 관련된 영상, 영화, 책은 다 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책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닌데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이 있으니 마치 '정답 사회'를 달리는 소녀처럼 '행복'이라는 또 다른 목적지에 좀 더 빨리 도달하고자 뒤도 옆도 안 보고 냅따 뛰기만 했다는 것이지. 


마치 '정답 사회'를 달리는 소녀처럼 '행복'이라는 또 다른 목적지에 좀 더 빨리 도달하고자 뒤도 옆도 안 보고 냅따 뛰기만 했다는 것이지. 


뭐 수능 만점, 대학입시, 고시 패스, 대기업 입사도 아니고 행복이라는 것이, 아니 '마음의 평화'가 그렇게 얻어지는 것이었다면 왜 종교가 생겼겠으며 철학이 왜 생겨났겠는가. 그래서 이번엔 각종 명상, 수련, 마음의 평화와 관련된 것들은 다 찾아봤다.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는 순간도 있었지만 역시나 지랄 맞은 성격 덕분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또 마음이 안식을 찾지 못하고 나부끼는 순간이 참 많다.


그런 나를 또다시 철학이 깨우쳐주었으니. 바로 'STOICISM (스토아학파)'철학이었다. 



요것은 한국인이 사랑해하지 마지않는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비디오 시리즈 중 하나이다. 스토아학파에 대해서 너무 친절하게 잘 설명해서 이걸 보고 오옷 - 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간단하게 설명하면

- 인생은 원래 겁내 힘들고 좆같음

- 너 결혼 망할 수도 있고, 그리고 직업에서 잘릴 수 있고, 배신당할 수 있음

- 그것이 인생. 그냥 받아들여. 잇츠 오케이-!

- 왜냐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 각자는 꽤 제법 강하기때문"

- 망하면 힘들겠지, 배신당하면 맴이 아프겠지

- 하지만 넌 버텨낼 것이고 더 강해질 것이고 더 현명해질 것이야.


우오. 뭐지. 뭔가 쿨 내 나는 것 같다. "모든 게 다 잘될거야아~" 이것보다 훨씬 낫다. 그래 인생은 원래 쫌 거지 같은 거임. (꽃길만 깔리지 않아. 그것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존내 환상) 근데 넌 강해. 그거 다 이겨내고 살 거임. 더 강해지고 더 현명해져서 살아가는 것이야. 



위의 영상은 스토아학파 철학에 기반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에 나온 명언에 관한 영상인데 마찬가지로 '인생은 엿 같지만 넌 강하고 현명하다' 그리고 '행복이란 니 머릿속에 네가 집어넣은 생각들의 결합물일 뿐이다' (happyiness is all about the quality of thoughts you put in your head - just put the right one in there) 따위와 같은 쿨 내 나는 멘트로 가득하다.



마지막으로 이 영상은 스토아학파의 개요에 대해서 약 6분가량 설명한다. 이것저것 기웃거리면서 살펴본 결과, 나의 현재까지 결론은 나에게 이 철학은 꽤나 유용한 것이 더 이상 외부의 요소, 조건, 000을 성취하는 것에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나에게 현재 주어진 것을 좀 더 현실적으로 살펴보고, 다 잘될 거야- 랄라라 히피 히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즉, 드림 랄라 랜드에서 현실로 착륙하되 '망했어' 가 아니라 '존내 현실적으로 난 이러이러하군.' 점검하고 외부의 풍선을 보며 부러워하거나 질투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해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꽃길만 걷자' '행복하세요' '부자 되세요' 가 아니라, '길이 엉망이구만. 하지만 운동화를 튼튼하게 쫌 매면 잘 걸을 수 있어' 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정신차리자. 외부 환경 탓하지 말고. 오늘의 운동화를 잘 쫌매야 하지 않겠는가.

행복이라는 목적지가 사라졌으니.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Life is not about finding yourself. life is about creating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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