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은 잔인한 계절
'연애'라 부를 수 있는 만남은 모두 9, 10, 11월 가운데 끝이 났다. 하얗게 찌던 더위가 노랗게 꺾이는 초가을부터 입김 나오는 늦가을까지, 여러 얼굴의 가을은 내 모든 이별을 담고 있다. 어제도 헤어짐을 겪었다. 특별히 추운 날씨에서. 계절은 겨울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었다. 내 연애는 한 단계 나아가지 못했다. 반년 가량 짧은 만남이었지만 상대방과는 꽤나 정이 들었는데.
밤이 돼야 이별을 체감한 걸까. 온갖 생각이 나를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굴렸다. 무수히 뒤척임을 반복하다보니 해가 밝았다. 정신은 몽롱하다. 월요일이 시작됐다.
#2. 직장인의 이별은
일을 시작하고 두 번째 겪는 이별이다. 매일 그랬던대로 기계적으로 씻고 토마토즙 하나를 먹고 문밖을 나섰다. 의식적으로 이뤄진 작업이 아니다. 영혼 없는 로봇마냥 하루를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고 내 일상의 절반 이상은 고정됐다. 휴가 외에 이 정해진 궤도를 이탈한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대학에 다닐 때보다 감정도 규칙적으로 변한 것 같다. 일정 수준 이상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대학생, 취업준비생 때만 해도 열정적으로 연애하고, 이별에도 격하게 슬퍼했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