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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Apr 30. 2016

유럽여행의 시작 혹은 끝을 위한 도시

암스테르담

 아마 ‘네덜란드’하면 튤립과 풍차 그리고 마리화나성매매 합법. 이 조합하기 어색한 단어들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필자는 동화 같은 마을과 섹시한 어른의 세계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네덜란드, 그 중에서도 수도 암스테르담을 유럽여행의 출발점 또는 종착지로 추천한다.


유럽여행의 출발점으로서 암스테르담이 갖는 매력


 일단 스키폴 공항에 도착한다면 암스테르담 센트럴 역으로 나가 보자. 사방에서 피어 오르는 마리화나 냄새에 당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간에 서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담배 냄새와는 다른, 그렇지만 무언가 연기의 형상을 한 듯한 냄새가 당신의 코 끝을 찌를 것이기에.


보통의 암스테르담 하늘색. 물론 날씨가 좋을 때도 있지만, 하루에도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몇 번씩은 반복할 때도 있으니, 우산이나 우비는 꼭 챙기시길.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불쾌한 경험일 수 있다. 한국에서 담배 냄새 맡기도 서러운데 저 멀리 타국 땅으로 넘어와서는 마리화나 냄새를 맡아야 한다니! 하지만 주위에 깔려있는 마리화나 냄새는 담배처럼 당신을 해치지는 않는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정도로 의미부여 한 후 너그러운 마음으로 넘어 가시길.


 미술을 좋아한다면 램브란트 하우스, 반 고흐 뮤지엄을 추천한다. 센트럴 역에서 램브란트 하우스를 걸어 가 보자. 역과 가까운 거리지만, 아마 쉽사리 박물관에 입성하긴 힘들 것이다. 그 이유로 일단 편집샵과 세컨 핸즈 샵이 많다. 옷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가벼운 쇼핑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성인 용품점 사진 중 가장 수위가 낮은 사진.


 다음으로는 성인 용품 샵. 대낮에도 치명적인 의상과 기구 및 다양한성인 용품들이 옷 가게와 서점 사이에 전시 되어 있다. 혹시나 마리화나와 성 개방, 두 가지 만으로 네덜란드 인들의 도덕관념을 평가하지는 마시길. 그들은 유럽인 중에서도 상당히 친절하다. 한 동양인이 길에서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만약 암스테르담에서 3박 이상을 머무를 예정이라면 프랑스 화가 모네도 사랑한 도시 ‘잔세스칸스’ 방문을 추천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풍차의 마을, 그 동화같은 이미지가 펼쳐진 곳이기 때문이다.



 아마 한국으로 치면 전주 한옥마을과 비슷하지만, 이 곳의 풍차는 단순히 예쁜 조형물이 아니다. 지금은 네덜란드 전력의 5%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과거엔 바람 많은나라, 네덜란드 동력의 핵심이 풍차였다.


 잔세스칸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정체 모를 초코 냄새가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과거 네덜란드가 무역 상업의 중심지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곳엔 많은 공장들이 있는데 초코 공장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초코 냄새가 너무 진해 된장 냄새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역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각과 후각을 통해 느끼는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와 잔세스칸스의 동화 같은 풍경. 이 두 가지 만으로 당신은 앞으로의 일정에 더욱 큰 새로움과 기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여행의 종착지로서 암스테르담이 갖는 매력


 이유는 단 하나다. 고즈넉함. 아마 네덜란드의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암스테르담은 수도로서 다른 네덜란드 도시들보다는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그럼에도 네덜란드 특유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대체로 네덜란드 도시들에서는 사람들이 꽤 많아도 북적거리고 시끄러운 느낌이 적었다. 왜 이렇게 이 나라는 고요할까 고민하던 찰나, 내 옆으로 자전거 한대가 쌩하고 지나갔다. 인구 약 1700만에 자전거 2000만대를 보유, 세계에서 자전거 도로가 가장 잘 발달된 나라. 모두 네덜란드에 붙는 수식어다. 그렇다. 네덜란드 번화가엔 타 도시에 비해 자동차가 적어 그 특유의 고요함을 형성할 수 있던 것이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암스테르담도 마찬가지다. 골목 곳곳엔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을 때도 있지만, 이상하게 운하 다리에만 서면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적막해진다. 특히나 회색빛 하늘에 어둠이 깔린 후, 물에 비친 짧은 가로등이 흔들리는 풍경은 유럽의 '여유' 그 정수를 보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파리의 야경보다 낭만적이기도 했다.


 부산한 일정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겸, 여행의 마무리는 암스테르담 야경을 안주 삼아 맥주 한 잔이 어떨지 감히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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