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쳇바퀴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혹은 무기력한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등. 그런데 여행이 주는 신선함이라는 게 나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여행을 떠나 볼 수 있다.
얼마 전 4박 5일 간의 내일로 여행을 다녀왔지만 딱히 큰 변화는 없었다. 여행 전에 꿈꿧던 풋풋함도 찾지 못했다. 심지어 6만원이나 하는 티켓값의 뽕을 뽑지도 못했다. 내일로 티켓은 그저 티켓을 예매할 때 이에 담긴 청춘이라는 상징을 소비했던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상에 돌아와서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마음은 붕 뜬 상태로 논제 정리는 소홀해지고 당연히 글도 빈약해졌다. 공부를 해야지. 마음 먹으면서도 쉽사리 학교로 발길이 향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순간을, 나의 죄책감을 극대화할 어떤 계기만을 구상하고 있다.
스터디원 한 분도 요즘 훌쩍 떠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아마 저 말에는 일상을 잠시 잊고 싶다는 염원이 담겼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분도 내가 내일로를 갔을 적에 일본 여행을 갔다왔다. 나와 그 분의 여행 경험을 통해 결국 일상을 잊는 일은 단순히 떠나는 데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
현대 사회에서 ‘일상에서 벗어나기’의 핵심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않는다면 오롯이 정신을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이 우리의 정신을 지배한다. 화면에 고정된 눈은 여러 색들의 조화와 방대한 텍스트에 완전히 포획되고, 정신은 흐리멍터해진다. 손가락은 찰리 채플린의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달리 말하면, 평소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며칠 동안 핸드폰을 방치해 둘 순 없다. 매주 토요일마다 가는 스터디가 현재 내 생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로 공부하러 갈 때 핸드폰을 집에 놓고 나간다면, 이는 꽤나 의미있는 일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