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한 2011년 4월의 어느 날,...
매서운 겨울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한 2011년 4월의 어느 날, 오랜 동네 친구의 제보(?)로 집 근처 자주 지나치는 한 공업사 마당에 강아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궁금한 마음에 직접 그곳을 찾아갔다.
목줄에 묶여 눈치를 보고 있는 녀석의 모습은 나의 시선을 강탈했다.
잠시 몇 초간 서로를 응시하며 있다가 말없이 나는 돌아섰다.
당시 그 녀석은 주먹만 한 체구에 주인이 한 번도 씻기질 않았는지 때가 꼬질꼬질하여 볼품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흔한 동네 강아지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며칠 동안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녀석은 마치 내게 안면이 있는 것 마냥 인사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조그만 녀석이 짖고 있는 모습이 구슬프게만 들렸다.
그건 아마도 그 당시 상당히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던 나의 일상이 그 녀석의 모습에 투영되어 그렇게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녀석이 딱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여 최초 발견자였던 친구와 같이 현장(?)을 찾았다.
역시나 목줄에 묶인 채 시무룩해하던 녀석이 우릴 보더니 몹시 반가웠는지 마구 짖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몸을 흔들고 빙글빙글 돌고 난리를 피웠다.
그 모습에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까르르할 수밖에 없었고, 녀석에게 ‘소미’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소미는 비록 다른 집 개였지만 유독 우리를 반기고 따랐다. 소미가 우리와 노는 게 재미있었던 건지 우리가 소미와 노는 게 재미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소미는 우리와 잘 놀아줬었고 우리는 간식으로 화답했다.
잡종인 것 같은데 개 치고는 꽤 영리했던 것이 다른 개들이 며칠을 훈련받아야 가능했던 것들을 소미는 단 하루 만에 알아들었다.
예를 들어, 간단한 손, 먹어, 가만히 있어 같은 기본적인 동작뿐 아니라 사람이 하는 말의 발음을 정확히 구분했다.
먹이를 주고 반드시 “먹어”라고 하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 시험해보고자 “버거”라던가 “막아”, “먹” 이런 단어들로 혼란을 줄 때도 꿈쩍 않다가 “먹어”라고 하면 쏜살같이 먹곤 했다.
친구는 결혼식장에 갔다 오면서 족발도 싸와서 주고 목줄에만 묶여있기 답답할 것 같아 가끔 목줄도 살짝 풀어주어 뛰어놀 수 있게도 해주고(사실 같이 뛰어놀았다...) 몇 달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같이 놀며 많은 추억을 만들었는데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인아저씨께 물어보니 누군가 훔쳐간 듯하다던데 행방을 찾을 길은 없었다.
다른 사람 몰래 아쉬운 마음을 삼켰지만 홀연 듯 나타나 우리에게 주었던 즐거움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마 소미도 우리와 놀던 시간이 견생(犬生)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