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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용성 Jul 24. 2017

프루스트 효과

20세기 초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장편소설『잃어버린 시간을.

20세기 초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장편소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1차 세계대전 이전에 프랑스 신흥 부르주아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마르셀(작가 본인이자 주인공)이 여러 일들을 겪으며 성인이 된 시점부터 시작되는데,

어느 날 우연히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면서 그 향과 맛에 취해 옛 일을 회상하게 된다.(일종의 데자뷔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바로 이 마들렌을 먹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씬은 너무도 유명한데 아래와 같다.


작가는 어머니를 여의고 외톨이로 10년간 지내며 이 소설을 썼다는데 이 정도면 공상가 수준이 아니라 신경쇠약 내지는 정신병의 일종이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과자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소스라쳤다. 나의 몸 안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깨닫고, 뭐라 형용키 어려운 감미로운 쾌감이, 외따로,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솟아나 나를 휩쓸었다. 그 쾌감은 사랑의 작용과 같은 투로, 귀중한 정수를 채우고, 그 즉시 나로 하여금 삶의 무상을 아랑곳하지 않게 하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하고, 삶의 짧음을 착각으로 느끼게 하였다.’



마치 긴 호흡의 문장으로 시(詩)를 쓴 것 같다.


특정한 냄새나 맛, 소리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이 바로 작가 이름에서 따온 프루스트 효과다.

종종 살다 보면 데자뷔적인 현상을 겪기도 한다.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장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마치 과거에 겪은 일처럼 느껴지는 일,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런 일은 대게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과거의 기억이 의식으로 되살아 날 때 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전혀 깨닫지 못하다 그런 일련의 촉매제를 통해 기억이 살아날 때 나는 종종 괴롭기만 하다.

‘너’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의식의 기억 속에서는 완전히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런 기억들은 혈관 속에 녹아들어 온몸을 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섬뜩하기만 하다.


나의 봄이 마치 너의 피조물인것 같기도 했어 / 부르고 싶지 않은 노래 - 조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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