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억울하게 손해를 볼 때가 있다. 그러면 피해를 입힌 사람이 미워지고 화가 나며 그런 일이 반복이 되면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인간의 본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순자의 성악설 즉 인간은 태생적으로 악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에 공감이 간다. 반대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친절과 도움을 받거나 서로 협력한 좋은 경험이 있으면 맹자의 성선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인간의 역사는 폭력과 전쟁으로 가득하고 인류의 약 30%는 폭력으로 사망했을 만큼 폭력성이 강하고 반면 무리밖에까지 동정을 베풀 수 있는 모순의 종이다. 과연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이것은 단순한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을 어떻게 시킬지 사회의 질서유지를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기본 지침이 되므로 가볍게 다룰 수가 없는 질문이다.
답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하얀 백지처럼 아무런 성향도 없이 태어난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처럼 먹을 것을 찾고 위험을 회피하는 등 생존을 위한 본능을 가지고 태어나며 공감능력 등 사회화를 위한 기초와 공포와 유모어 분노 등 고등 감정과 이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데 그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것인데 다만 사람들이 선이다 악이다라고 규정을 지은 것이다. 사자가 사슴을 죽이고 토끼가 도망가고 아이들이 엄마의 젖을 빨고 장난감을 놓고 다투는 형제들의 행동을 선이다 악이다고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선과 악은 사회생활을 위해 인간이 만든 규범이지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성이 아니다.
나는 한 때 루소의 에밀과 자유주의적 교육관을 믿고 내 아이와 학교의 학생들에게 간섭을 최소화하고 내버려 두면 스스로 선을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했다. 오산이었다. 자연상태의 인간은 본능에 충실할 뿐이어서 내버려 두면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서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거친 동물과 다를 바 없이 될 것이다. 교육이란 거친 목재 같은 인간을 역사와 경험에서 검증된 가치로 가다듬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고 사회에 유용한 존재로 자라 갈 수 있는 기술을 하나하나 배우고 몸애 배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과정은 인류가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배우고 공동체의 규정을 강제하고 질서에 순응하게 하는 것이 된다.
그렇지만 교육으로 인간의 본성을 가다듬을 수는 있지만 그 성향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개인이 다른 사람들의 복리를 위해서 자신의 이익을 기꺼이 포기하고 봉사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선한 것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이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우선 관심을 가지고 타인이나 낯선 집단에게는 경계를 하고 배척하고 때로는 공격하고 파괴하고 빼앗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은 원시사회에서는 정당화될 수 있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이 폭력성이 허용될 수 없다. 그렇지만 서로의 이익과 권리를 존중하며 조화롭게 사는 것을 가르쳐야지 모두에게 지나친 희생과 봉사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될 수도 없다.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타인에게 양보만 한다면 이를 악용하는 소위 '무임승차자'를 막지 못하여 그 공동체는 붕괴하게 된다. 오히려 공정한 룰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그 사회 발전에 더욱 기여하는 것이다.
나 역시 20대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일생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20년 이상 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을 통해 억울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잘 사는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겠다고 내 대부분의 시간과 정열을 바쳤다. 그러한 생각과 노력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죄는 나만이 옳다고 생각한 교만이었다. 이기적으로 보이던 인간의 행동을 나쁘다고만 생각하고 겉보기에 이타적인 행동만이 선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추구하느라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진실 즉 이 둘이 나름 의미가 있으며 어느 한쪽을 이단시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선에서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또한 정의와 평등을 외치는 것 만으로 스스로 옳고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위선일 수도 있고 남들보다 더 많은 선행으로 나를 돋보이고 만족하려고 한 순교자의 독선이었다.
자신을 우선하는 인간성은 그 자체로는 악이 아니다. 다만 그 욕구가 현실로 나타날 때 공정한 룰 속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공존해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의 부작용인 불평등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이 선이지 완전한 평등을 추구하며 남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훌륭하고 선한 것이지만 그것을 강요했을 때는 현실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문화혁명처럼 사회의 자유로운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므로 이를 선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사회의 규정을 지킴으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삶을 즐기면서 가끔 기부하고 봉사하며 살면 그것이 최선이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위험하다. (순교자가 전쟁을 일으키고 열성적인 엄마가 아이를 망친다) 좋은 동기가 잘못된 결과를 정당화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과정과 경로와 방법 모두가 적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