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자본주의 윤리관

by 이윤수

.. 왜 배가 아플까?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사촌이 땅을 사면 내게도 이익인데 말이다. 가난한 친척에게 보태줄 일도 없고 오히려 내가 아쉬울 때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져서 좋다. 하지만 사람은 감정적인 동물이다.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빈곤이 더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남이 잘되는 것에 배가 아픈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고 부자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동시에 질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자들은 빈자들의 원성을 피하는 한 방편으로 이따금씩 자선과 잔치를 베풀기도 하며 (이것이 인류학적으로 뿌리 깊은 관행이라는 것은 태평양제도와 캐나다 서부 원주민 부족 유력인사들이 150년 전 정부 금지 전까지 potlatch이라는 소모적 선물 잔치를 경쟁적으로 벌였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세습지위와 교양과 명예 그리고 종교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그 권력에 수반되는 재산과 부의 축적 및 세습은 짐짓 평가를 절하하고 경원시해왔다.

그러나 15세기 이탈리아 메디치가에서 태동한 중상적 자본주의와 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산업자본주의가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사람들의 물질적 삶을 풍요롭게 하자 이러한 자본(돈, 부의 축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윤리관도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을 계기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노동과 그 결과물인 물질 그리고 그 기반인 세속적 지식 즉 기술력을 신성시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과 자본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은 자본주의 발달의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자본주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 경제성장을 이룬 데는 정부주도의 경제개발 드라이브와 미국과 일본 제조업을 모델로 하고 우수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발판으로 그 뒤를 잇는 경쟁력을 갖춘 대외적 여건도 큰 힘이었지만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성실과 근면과 저축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실천하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윤리관이 사회적으로 확산된 것도 필수적 성공 요소였다.

물론 물질적 풍요가 인간 개개인 그리고 인류의 행복을 보장해 주느냐는 철학적 논쟁은 별개의 논의 대상이다. 퍼거슨은 광장과 타워에서 농경이 인류의 확산에는 성공이었지만 농부 개인에게는 고된 노역의 시작이었다고 주장했고 역사적으로도 생산력 증대에 따른 잉여 생산물과 사유재산이 인류 불평등과 착취의 기원이 된 것도 사실이며 물질만으로 인간의 행복과 인류의 이상을 실현 할 수 없음은 철학적 윤리적 종교적으로 공감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인간이 기본적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어떤 경우든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는 것은 자명하며 자본주의가 그 효율성에 있어서 생산력 증대에 탁월하며 물질적 풍요를 보장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이론적 경험적으로 입증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자본과 물질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도전은 지속되고 있다. 생산에 있어서 (축적된 자본으로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과 기계 설비 등 생산수단을 개발 투자 경영하는) 자본의 역할을 무시하고 노동의 가치만을 강변하는 공산주의로부터 평등과 분배와 복지와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본과 대립하고 투쟁하는 사회주의 노동 운동 등은 타당한 면도 있지만 그것이 균형을 잃고 너무 강대해지면 자본주의 경제체제 자체를 붕괴시켜 전체의 파멸로 가기도 한다.

특히 빠르게 경제성장과 자본축적을 이룬 한국은 정통성 결여 강제성 분배부족 부패 등 그 과정에서의 부작용이 성과보다 더 부각되고 좌파적 권력기반인 현 정부의 집권연장 시도와 맞물려 갑질 논란 등 기업과 재벌과 부자에 대한 윤리적 비난과 반기업적 규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정서는 모든 부와 자본의 축적은 비도덕적 악이라는 원시적 정서와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켜 결과적 평등을 추구하는 공산주의 정서에 접근하는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 민주 서구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복지와 분배를 강조하며 그 부가 정당하지 않게 형성되거나 불법적으로 사용되면 처벌받지만 자본 자체의 역할을 부인하거나 부와 재산 또는 부자 자체를 죄악으로 보지는 않고 오히려 노력하여 성공한 사람은 존경을 받는다. 그래서 노동과 기업운영과 투자에 따른 소득세는 내지만 그것을 축적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 증여세나 징벌적 종합재산세를 이중으로 부과하지 않으며 (부동산은 지자체의 인프라 혜택을 입으므로 지자체 운영을 위해 재산세를 낸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차별적 규제를 더 심하게 하지 않고 개인의 의료보험이나 복지혜택의 자격을 심사할 때도 소득 기준으로 하지 한국처럼 재산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자유롭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활동은 (자본주의) 경제 발전과 국가와 인류의 풍요 그리고 행복의 기반이다. 한국 경제가 선진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부를 바라보는 시각과 윤리관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한마디로 사촌이 땅을 사면 헐뜯고 빼앗을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나도 사야지’라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되고 대부분 사람들이 일을 하고 돈을 벌면서 자기 역할을 하며 보람과 행복을 찾고 장래 희망이 기술자, 과학자, 기업가인 아이들이 많아야 한국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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