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나치지 않는 습관

by 이윤수

봄이 왔다. 기쁜 마음에 자전거 하이킹을 나섰다. 하지만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 가 트레일을 신나게 갈 때까지는 좋았지만 좀 무리하게 목표를 잡았는지 돌아오는 길은 힘들고 추워서 고생을 했다. 막바지에는 안장과 닿는 엉덩이가 쑤시고 왕복 6시간 동안 반복된 페달 밟기에 지친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어깨 어디 하나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결핍만도 못하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다시 한번 되새긴 경험이었다. 또한 내 몸이 즐거움의 원천인 동시에 고통의 원인이라는 것도 뼈아프게 느꼈다. 군대에서 고된 훈련을 받으며 고통으로 나를 괴롭히던 내 몸과 두려움에 힘겨운 내 마음을 저주하던 때가 생각났다. 제대만 하면 무슨 일을 해도 행복할 것 같던 그때가 지나면 또다시 불만이 생기고 아무리 편안하고 쾌락에 빠져 있어도 곧 익숙해져서 지루해지던 때는 또 언제였던가?

그렇다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내 몸은 과연 내 몸이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내 마음은 또 과연 내 마음인가? 식욕 성욕 성취욕 등 각종 욕구에 따라 결핍을 느끼고 그것이 충족되면 즐거움을 느끼며 그 즐거움에도 곧 익숙해지게 되어 또 다른 결핍을 느끼는 내 몸, 그리고 환경과 유전, 호르몬과 생리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는 내 마음은 과연 내 마음인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세속적으로 물질과 권력과 인간관계에서의 충족을 통한 행복을 추구하며 또 도덕적 종교적인 깨달음을 통해 세속적 행복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것이 개인적 성취뿐만이 아니라 공동의 사회적 실천을 통해 가능하다는 운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중에는 물질적 금욕을 강조하는 것도 있고 전체를 위해 개인의 욕망을 억누르거나 반대로 개인의 주관과 자유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체제도 있다. 그래서 답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답은 '지나치지 않는 습관'이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의 측정이 너무 주관적이어서 사실 현실성 없는 무의미한 주장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개인적으로든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것이든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모든 면에 있어서 지나친 결핍이나 넘침을 경계하고 지나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려는 노력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사람은 나태해지려는 유혹을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만족과 행복을 깨닫고 느꼈을 때 그 상황을 습관으로 간직하여 반복하려는 노력 또한 지속적 행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습관화하려고 노력한다. 일어나면 식전에 맨손 운동을 무조건 30분 하고 커피는 하루에 한 잔만 마시고 술 담배는 하지 않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산책과 수영을 하고 큰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한 일을 성실하게 하되 낭비는 하지 않고 하루에 1시간은 독서와 음악 감상을 하며 야식은 먹지 않고 주말에는 늦잠도 자고 좀 자유롭게 그때 그때 내키는 대로 하이킹이나 영화 보기 등 자유로운 활동을 한다. 그 덕분인지 감사하게도 나는 항상 74kg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치과 이외에는 아파서 병원에 가 본 적이 없으며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될 만큼의 돈도 번다.

이렇게 계획적이고 습관적인 생활이 너무 따분하고 재미없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이렇게 하다 보면 처음엔 귀찮고 힘들지만 습관화가 되면 자동적으로 움직이니까 의외로 편안하고 창의적인 생각도 많이 떠오르며 갈등이나 번뇌 없이 내적 평화를 느낄 수가 있다. 사실 이러한 하루하루의 삶이 쌓이면 그것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건실한 삶이 되는 것이며 물질적 수요의 적절한 충족으로 생활고에서도 해방될 수 있는 초석이 되며 그 외에 죽음이나 질병 등에 대한 고민이나 번민은 깨닫고 보면 망상일 뿐이다.

이렇게 내가 행복한 삶의 비결을 '지나치지 않는 습관'이라고 쓰는 이유는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참고자료를 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나 스스로 이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다짐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 이 순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따스한 봄날 벚꽃이 핀 남쪽 마을로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경치 구경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지만 그것이 소비와 경험을 부추기는 낭만적 근대 자본주의 가치관을 내가 배운 탓이라는 것도 알기에 그 충동을 억누르고 지금 듣고 있는 '세상의 모든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 않냐고.. 여행은 언젠가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한 번 가자고 다독거리고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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