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by 이윤수

바라보기만 해도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꼭 예뻐서 라기 보다도 인상이 아주 좋아서 멀리서 다가오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여러 사람과 섞여 있으면 더욱 돋보인다.

부럽다.

얼굴로 먹고살 정도는 아니더라도 좋은 미모는 확실히 힘이 있다. 거의 권력이다. 미인이나 인상이 좋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더 나은 대접과 평가를 받기 때문에 취업과 결혼 때 유리하고 업무 성취도도 좋아서 결국 삶 자체가 달라진다. 심지어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우수한 2세를 낳고 노후까지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는 휴가 때면 머리와 수염을 깎지 않고 허름한 차림으로 슬리퍼를 끌고 자유롭고 편하게 돌아다닌다. 그런데 별로 자유롭지가 않다. 제약이 많다. 거지같아 보였는지 어디 마음대로 들어갈 수도 없고 심지어 버스도 잘 안서고 막 지나간다. 무시당한다. 정말 외모로 이렇게 인간대접이 달라지는 걸 몸으로 느낀다.

어제는 아내에게

“근데 예쁜 사람들은 자기가 예쁘다는 걸 아나? 의식하고 사나?” 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전혀 주저 없이

“그럼 알지!”라고 대꾸한다.

“나는 잘 모르겠던데?” 하니까

“당연히 모르지. 누가 봐도 못 생겼으니까”란다.

그래서 깔깔대고 웃었는데 정말 궁금하다. 미남 미녀들의 세상은 과연 어떤지…

참 세상에는 잘 난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학교 때는 공부는 안하고서도 시험 잘 보는 똑똑한 놈들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노력할 능력이 있는 놈들

싸움 잘하는 놈들도 있고 나보다 운동 잘하는 놈도 많고

회사에서는 일 잘하고 인기 있고 윗사람들 신임도 받는다

우연히 연세대 의대생 콘서트를 본 적이 있는데 의사공부하면서 언제 악기 연주까지 연습했는지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참 세상 불공평하다.

이제는 글을 좀 써보려니까 글을 재미있고 맛깔나게 잘 쓰시는 분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은건지 나 같은 놈은 어디 부끄러워서 작품이라고 내밀지도 못하겠다. 난 잘하는 게 뭘까? 아직도 못 찾았다. 내가 잘 난 게 하나도 없다. 먹고 노는 거나 잘하려나? 하긴 노는 것도 잘 노는 놈들이 따로 있더라 춤도 잘 추고 술도 잘 먹고 유머도 좋고 골프 스키 보트 등 레저실력도 좋고… 쩝쩝..

이쯤에서 기분 전환을 위해서 화제와 관점을 조금 바꾸어보자.

예전에 유행했던 노래 중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라는 가사가 있었다. 아마 이 노래가 한국의 전원주택 열풍에 꽤 영향도 주고 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의 꿈을 꾸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귀농해서 전원주택 짓고 전원생활을 해보면 그런 ‘그림 같은‘ 생활은 없다.

땅 살 때 외지인이라면 우선 바가지 씌우고 집 지을 때 건축업자에게 당하고 속 썩고 어떻게 어떻게 해서 완공해도 동네 사람들 텃세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수도 넣고 담 쌓고 도랑 하나를 내려고 해도 사사건건 트집과 간섭이 한이 없다. 그 후로도 잔디밭 관리며 텃밭 일이며... 하이고 이건 노동도 중노동이다. 또 편의시설은 거의 없어서 병원 한번 가거나 장 보는 것도 맘먹고 나서야 되는 큰 일거리다. 창 넓은 거실에서 먼 산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은 무슨… 꿈같은 소리! 그래서 귀농했던 사람들이 5년 이내에 반 이상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나온단다. 나도 거기에 +1명!

스위스 알프스 산 중턱에 그림엽서에 나올듯한 산과 호수의 멋진 풍경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에 가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호기심이 발동해서 아주 가까이 가 보니까 거기도 소똥과 파리가 천지고 페인트 칠만 새로 했지 집은 낡았고 농부들의 삶은 고단하단다.

외국생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이 힘드니 이민을 꿈꾸고 획기적 변화를 바라지만 처음엔 좋아도 살다보면 여기도 또 사람 사는 고충이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모든 게 멀리서 보면 좋아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또 나름 고충이 다 있다. 우리가 산업혁명과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열악한 도시환경에서 살고 그 반작용으로 낭만적인 여행이나 전원생활을 꿈꾸게 되었지만 사실 엄청난 귀족 부자가 아닌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삶은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그저 생활의 현장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진지하게 또 물어보았다.

“진짜 그럼 예쁜 사람들은 만족해?”

그러자 좀 정색을 하며 날 쳐다보더니

“다 만족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름 컴프렉스는 누구나 다 있지!” 란다

휴- 다행이다

남 부러워하지 말자. 난 나대로 살면 된다.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어딘가 있지 않겠어?

그럼 그럼 부러우면 지는 거다. 비교하면 안 된다. 아예 남을 의식하면 안 된다. 나대로 내 멋에 내 좋은 대로 사는 게 제일 행복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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