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감

by 이윤수

한 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과 그 속에 실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문구가 크게 유행을 한 일이 있다. 덕분에 작가는 돈도 벌고 문화재청 청장으로 출세도 했고,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지식과 자부심을 일떠세우고 답사여행 열풍도 일으킨 공을 세웠다. 그러나 세 가지 면에서 유감스러운 것이 있다.

우선 한국 문화에 대해 사람들이 근거 없는 지나친 우월감을 가지게 한 것이다. 나는 그가 백제의 신비한 미소라고 극찬한 마애삼존불을 애써 찾아가서 실망감에 허탈한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자기 문화를 비하하거나 열등감을 가져서도 안되지만 우리 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백인들의 우생학적 우월주의가 인종 차별을 낳고 나치가 게르만 민족 우수성을 주창하며 유대인 학살을 저질렀으며 민족주의에 기반한 식민지 독립운동이 공산주의자에게 이용을 당한 이후로는 특정 국가나 민족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거나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민족 자주를 앞세우고 '우리 민족끼리' 어쩌고 저쩌고 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최근 K-pop 등 한국문화의 세계적 인기에 편승하여 심지어 한복과 비빔밥마저도 세계 최고라고 홍보를 하고 있을 지경이다. 피자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다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자랑을 하지 않을뿐더러 만일 그런다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그런데 어떻게 김치와 불고기 홍보활동을 하고 고추장을 우주식에 넣자는 황당한 주장을 할 수가 있을까? 각 민족의 문화는 나름 다 의미가 있는 것이어서 어떻게 등위를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저 다양하게 교류가 되면 될수록 좋은 것이다.

다음은 이 한국문화 자부심 갖기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즉 80년대 운동권에서 친일파가 세운 정부라며 남한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신제국주의로 비난하고 일본을 증오하여 한미일 동맹을 무너뜨리고 중국의 공산혁명을 미화하는 등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을 동조 홍보하려다 보니,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으로 외세를 배제한 민족의 자주통일을 주장하고 우리 민족 전통의 우수함을 발굴하여 자부심을 심어 주어서 자신들의 정통성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본의 사악함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위안부와 징용을 재조명하고 무능했던 고종과 민비를 미화한 '명성황후'를 뮤지컬로 만들고, 대학마다 풍물패가 생기고 '동아리' '먹거리' 등 순수 우리말 쓰기 정도는 써야 제법 의식이 있는 걸로 행세도하게 되었다. 따라서 크게 보면 이 문화유산 답사기도 한국문화 자부심 세우기의 세련된 첨병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한국문화답사기가 아니라 세계문화 답사기를 읽어서 편협되지 않고 넓고 공정한 시각을 가진 세계의 지식인으로 다시 나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아는 만큼'이 너무 강조되다 보니 자유롭고 다양한 시각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역사든 예술이든 문화재든 사람마다 다양한 의미를 읽고 해석을 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하는데 너무 미리 정보를 주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옳지가 않다. 소개는 객관적 사실 정도면 충분하지 그 의미나 우수성 그리고 감상 감명 포인트까지 지정해 주는 안내서는 오히려 창의적 사고에 역효과를 낼 수가 있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견해와 감상평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생각이고 나는 나대로 내 느낌대로 자유롭고 다양하게 감상하는 태도와 능력을 길러야 한다.

‘아는만큼 보는 것이 아니라 아는 그 너머를 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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