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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May 18. 2023

환상 속에 그 집이 있다

나는 화장실이 3개인 3층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러면 단번에 ‘오! 좀 사나 본데!‘라는 생각이 드시겠지만 캐나다의 전형적인 주거 형태를 아시기 전에 한국처럼 생각하고 오해하시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우선 아셔야 할 것이 캐나다의 웬만한 집은 모두 3층 구조로 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여기 사람들은 용도별로 공간을 분리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침실은 2층, 거실과 주방은 1층, 다용도 방은 지하나 반지하에 두는 것을 상식으로 생각하고 화장실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해서 부부용, 아이용, 손님용을 별도로 둔다. 그래서 한국으로 치면 서민주택인 연면적 1,000평방 피트 (28평)이 안 되는  타운하우스도 뾰족하게 뽑아서 억지로 3층을 만들고 다닥다닥 붙여서 짓는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이 때문에 발생하는 공간낭비가 너무 아까왔다. 안 그래도 좁은데 계단과 잘 쓰지도 않는 화장실에 내 거실을 양보해야 했으니까… 이렇게

물론 전형적인 일반 하우스 처럼 집이 크면 3층으로 된 구조가 편리하고 멋있다.

하지만 이 정도 되면 집 값이 10억이 훌쩍 넘어가니까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이것보다 조금 저렴한 것이 duplex라고 집 하나를 둘로 쪼갠 쌍둥이 집이다.

얼핏 보면 한 집 같지만 자세히 보면 현관과 차고가 별도로 독립된 두 집이다. 면적은 좀 작지만 젊은 부부가 살기에 가격과 구조가 무난하여 요즘 인기가 좋다.

그리고 가장 저렴한 서민용 공동주택은 아파트다. 이것은 큰 건물을 구획하여 나누고 한 세대가 1개 층만 쓴다. 한국의 아파트와 구조는 비슷하다. 대부분 5층 이하이고 목조라 단열은 잘 되지만 방음이 잘 안된다.

내가 전에 세 살던 집에서는 위층 아가씨의 남자 친구가 언제 방문을 하는 지를 안 봐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 날엔 집이 흔들리고 진동을 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야 나 어제 잠을 못잤다.” 고 했더니 미안하다며  밥 한 번 먹자고 해서 한식당에 같이 한 번 갔다. 밥을 살 줄 알았더니 칼 같이 각자 먹은거 각자 계산했다. 씨! 미안하다고 해놓구선…

마지막으로 여기서 콘도라고 부르는 대도시 도심에 있는 고층 아파트가 있다. 구조는 서민 아파트와 비슷한데 위치와 전망이 좋고 내부도 잘 꾸며서 웬만한 일반 주택과 값이 비슷하게 비싸다.

어떠한 집이 되었건 여기 사람들의 집 사랑은 끔찍하여 집을 잘 가꾸고 유지하는 것을 교양과 체면으로 생각한다. 봄이 되면 집 앞에 최소한 꽃 바구니 하나는 반드시 걸어야 하고 잔디나 정원수 관리는 필수다.

만일 집을 흉물스럽게 방치하면 이웃의 비난을 받을 뿐만 하니라 심하면 진짜 쫓겨날 수도 있다.

내가 즐겨 읽는 미국 작가인 John Grisham의 소설인 Skipping Christmas는 휴가비 마련을 위해 자기 집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생략하려다가 결국 이웃의 무언의 압력에 굴복하게 되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그만큼 여기서 집을 꾸미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즐거움이자 부담이다. 그래도 꽃이 피고 잘 가꾸어진 정원이 연이어 있는 주택가를 산책하는 것은 여기서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사치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주택가가 다른 상가나 사업장 사무실과는 따로 떨어져 있어서 항상 조용하고 쾌적하다. 근처에는 공원이 반드시 있고

한적한 곳에는 주말농장도 있다.

그런데 저녁에 산책을 하다 보면 조명도 아주 예쁜데 내게 좀 익숙하지 않았던 것은 조도가 한국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너무 눈부신 것을 싫어한다. 너무 환한 것보다는 은은한 부분 조명이나 간접 조명을 좋아하는데 내 짐작으로는 촛불로 운치를 내던 전통이 남아있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내가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 방안에 아예 전등이 없는 걸 알고 놀라다 못해 황당했다.

그래서 그저 스탠드 등을 켜서 어두침침하게 살아야 했다. 그런데 사람은 환경에 적응을 하고 익숙해지는 법인지 나도 이렇게 좀 살다가 보니 이제 너무 밝은데에서 오래 있으면 눈이 피로하다.

그리고 또 한국사람들에게 낯선 것은 캐나다 사람들이 집 값이 오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도 코로나 터지고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그걸 막으려고 빈집세를 도입하는 등 정책까지 수립하고 있다. 그건 집이 없는 사람들 입장이고 집을 가진 사람은 집값이 오를수록 좋아하지 않느냐고 한국 사람들은 반문하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집을 돈을 벌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는 곳으로 보기 때문에 이사를 자주 하지 않고 그래서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오히려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그냥 집값이 오른다고 누가 생활비를 보태주는 것도 아니고 집을 뜯어먹고 살수도 없는데 재산세만 오른다고 단순히 생각한다.

한국이나 캐나다나 집은 사람들의 큰 관심사이고 모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나 보다.

집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수다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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