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지혜, 무욕, 절제
나는 평생 복권을 한 장도 사 본 적이 없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행운을 기대하는 것의 위험과 허망함을 알기 때문이고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내 힘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욕망 추구의 함정과 한계를 알기 때문이다.
같은 취지로 보험이나 도박이나 주식, 마약, 술, 담배, 외환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주식을 조금 해보았는데 의외로 장점이 꽤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나 시간이나 관심을 들이면 안 되겠고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선을 넘으려는 유혹도 생기고 그 선을 지키기도 싶지가 않지만 그런 균형을 지키는 자체가 또 하나의 수행이기도 했다.
마치 수행자가 세속의 유혹에서 벗어나고자 산으로 들어갔다가 도를 통하고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은 자신이 있으면 다시 두려움 없이 세상 속으로 돌아오듯이... 물론 그러다가 다시 파계하는 어설픈 중도 있지만...
암튼 주식 조금 하면서 그리고 성공하지도 못했으면서 (현재 수익률 -8%)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지만 나는 위험 자산 투자에 전체 포트폴리오의 30%를 넘기지 않는다는 대 원칙 하에서 5-1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고 5-10%는 채권 5-10%는 귀금속 현물 10-20%는 예금 및 현금 50-75%는 부동산(수익성과 실용성에 반반)을 투자하고 있고 그 범위 내에서 경기에 따라 각각의 비중을 조절한다(경기는 길게 보면 사이클이므로 불경기 때 즉 호경기 예측 땐 좀 공격적으로, 호경기 때 즉 불경기 예측 땐 좀 더 보수적으로... 다시 말해 뉴스와 반대로 모두가 팔라고 하면 사고 모두가 사라고 하면 파는 방식으로..) 이 정도면 아주 보수적인 투자이며 현재나 미래의 수익성과 경제적 안정을 해치지 않을 수준이라고 본다
아무튼 모두 잃어도 죽지 않을 수준이니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느끼면서 주식을 하면 재미가 있으며 그 첫 번째 장점은 겸손해진다는 것이다
비록 많지 않은 돈이라도 투자를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모든 정보와 판단을 동원해서 결정을 한다. 그러나 곧 그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가 많다. 오르리라고 믿고 확신했던 주식이 떨어지면... 왜 그랬을까? 왜 그때는 이걸 예측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후회를 한다. 세상 일이 다 그렇다. 내 생각이 틀릴 때가 많고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예전에 노조위원장을 하다가 잘리고 나서 주식에 몰빵 하다가 홀딱 망한 사람들을 보면서 왜 저럴까? 노동의 신성함을 주장하고 불로소득과 자본주의를 증오하면서 한편으로 그 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 심리를 알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상의 이치와 흐름을 알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에 빠져있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한 손에는 '무소유'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대박 터뜨리는 비법'을 들고 읽고 다니며,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특권을 누리며 호의호식하면서 입으로는 평등과 정의의 박애와 사회주의를 옹호하며 정신승리를 하는 자기 모순에 빠지는 것이었다. 암튼 실패와 실수를 통해 겸손해진다.
주식을 조금 하면서 두 번째로 얻는 것은 돈과 경제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세상의 이치를 놓치지 않고 깨닫는다는 것이다. 정치 문화 과학 사상 국제 등등 다른 분야도 경제적 밑바탕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그 근본을 알 수가 있고 주식을 하면 그 정보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세 번 째는 욕심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주식을 하면서 무욕을 배우는 것이 모순 같지만 주식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욕심을 부리게 되어서 시장이 뜻대로 잘 되면 빚을 내면서 까지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잘 안 되면 물타기를 하는 등 감정에 쏠려서 과욕을 부리다가 결국엔 크게 망가지기가 쉬운데 그 욕심을 버리기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으로 마치 예방주사를 맞는 것처럼 욕심을 부리다가 작은 손해를 보고 다시 비슷한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을 사전에 막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도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했듯이 온실 속에서 시련 없이 너무 깨끗하게 자란 사람이 작은 난관에도 크게 추락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절제하는 법을 배운다. 실패를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자신을 과신하고 자기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자신감이 지나칠 수 있고 그래서 위험에 빠질 수가 있다. 하지만 주식을 해 보면 겸손해지고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에 절제를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도전 정신이 필요하고 또 실패 후에도 재기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과 정신력이 충분하며 자신의 노력으로 성실하게 세상을 개척해 나가야 하고 아직 투자할 자본력도 충분하지 않은 젊은이들은 소위 재테크나 주식보다는 근로소득을 충실하게 쌓고 저축을 하는 것이 맞고 좀 나이도 들고 세상도 알고 투자할 자금도 생긴 이후에는 포트폴리오도 분산하고 자산 증식도 해야 하므로 주식을 조금씩 하면서 즐겁게 자기 수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일을 하다가 놀다가 가끔 주가를 힐끗 쳐다본다. 그리고 주식으로 돈 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도 절실히 깨닫는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그 대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