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 이윤수
아이 하나가 서쪽으로 달려갑니다
어른 한 명이 뒤쫓아 갑니다
아이 두 명이 왜냐고 물으며 달립니다
어른 세 명이 이유가 있겠지 하며 쫓아갑니다
노인 한 명이 심심해서 따라갑니다
아가씨 두 명이 손 잡고 합류합니다
아줌마도 궁금해서 달려갑니다
청년 두 명이 서로 먼저 가려고 다툽니다
기자가 카메라 들고 뛰어갑니다
동네 건달도 뻘쭘해서 같이 뜁니다
학교가 달리기 교육을 시작합니다
정부가 서쪽 길을 닦아줍니다
삼성이 다리를 놓아 통행료를 받습니다
국회가 서방촉진법을 만듭니다
경찰이 안 뛰는 놈을 잡아 가둡니다
모두가 서쪽으로 달려갑니다
아이 하나가 서쪽으로 간 까닭을
지금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오로지 용맹한 나그네만이
무소의 뿔처럼 홀로
바람처럼 제 갈 길을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