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
이윤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벌새는 꿀을 빨고
사자는 사슴을 죽이고
소똥구리는 똥 속에 살고
부장님은 성질내고
진상 손님은 잘났고
주가는 떨어지고
마누라는 잔소리하고
아이들은 게임만 하고
디스코텍에는 웃음이 넘치고
숲 속 시린 창 밖에
밤새 소리 없이 눈이 내리고
푸른 전나무 가지가
시름에 우지끈 부러지면
별에서 온 우리는
별로 돌아간다
흙도 미소도 흔적도 남김없이
단편 '연‘으로 한반도문학 2023년 신인상 등단. 연필을 들면 나는 사라집니다…글쓰기는 내 필선(筆禪)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