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눈물

어쩜 그가 나였을 수도...

by Michelle Lyu

공감의 눈물


가장 자신에게 정직하자 했다. 거실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짙은 회색이다. 어제의 하늘과 다르다. 빗소리가 잠을 깨워 시계를 보니 4시 반이다. 요사이 잠을 잘 자지 못한다. 매번 온라인 강의가 온 마음을 잡고 괴롭힌다.


무심히 밖을 내다봤다. 흐린 날이 주는 고요와 적막이 좋다. 문호의 찬 그릇을 챙겼다. 메모를 쓰고 조그마한 선물도 넣었다. 마음이었다. 평생 이리 살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누군가의 진정성이 가슴을 울린다.

눈물이 잔잔히 고인다. 한 남자 배우가 창공에서 눈물을 흘렸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을 보고, 옆에서 하늘을 나는 선배 동료 배우가 창공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감동과 감격에 겨워 혀어---엉 끝내 제대로 ‘형’ 소리를 내지 못하는 그를 보았다. 아니 그의 눈물을 보았다.

스스로 나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아니! 이게 뭐지!’ 단 한 번도 제대로 여행을 다녀보지 않은 남자, 오로지 일로만 달려온 남자, 무언가 자신을 위해서는 해보지도 시도해보지도 않은 남자, 그 한 남자, 그 배우가 보여주는 진실 진정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그리곤 많이 외로웠던 나, 스스로의 자신을 봤다. 부단한 노력을 했고 그리고 또 부단한 시간에 있는 자신을 안아봤다. 때론 다 놓고 싶었고, 때론 절대로 이렇게 존재할 수는 없다고 지난한 마음에서 사투를 벌였던 자신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다가왔다. 근래 온라인 강의로 또다시 심한 이 사투 속에 있는 자신을 아프게 감싸 안았다.


이내 곧 한 마디가 생각났다. 한 사람이 단정적으로 한 면에만 중심을 실어 말을 했다. 가의를 하는, 수업을 하는 그 한 면을 정확히 꼬집으며 활동적이라고 했다. 오직 그 한 단면을 보고, 듣고 있던 사람들도 한 사람이 언급한 그 한 면에 깊은 생각 없이 모두 다 함께 동조했다.

그렇다. 그 한 면으로는 분명 맞는 말이다. 그들은 다른 수많은 이면 속에 감춰진 눈물을, 감성적인, 수동적인 여린 면들은 단 하나도 보지 않은 채, 미처 알지도 못한 채, 강의하는 한 면만을 말하며 정확히 알려고도 보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은 웃으며 한 사람, 나의 전부를 단정 지었다.



난 그들에게 나 자신이, 내가 들었던 전부가 아닌 한 면을 보고 말한 그 단정적인 말을 조용히 고쳐주었다. 자신이 고쳐줘야 할 것 같았다. 찬찬히. 아니 정확하고 분명하게 하고 싶었다.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고 스스로 자문하면서도 이번에는 꼭 정확히 자신의 말을 하고 싶었다. 늘 마음 여린 탓으로 할 말을 삼키고 담아두며 아파했던 자신을 안고 다독이고 싶었다. 어떤 것에 또다시 후회를 남기는 미련이나 아픔을 갖지 않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모두가 여러 면을 갖고 산다’고, ‘전공이고 평생 강의했으니 수업에는 활동적이고 카리스마가 있을지 모르나 여리고 서정적이고 감성적임을 너희들이 너무 잘 알거라’고 하는데 목소리가 마구 떨렸다.

그리곤 저 깊숙한 곳에서 항변하는, 너희들 어찌 이 시간까지 왔는지 정말 모르는구나 하는 마음이 가슴이 토로하는 모든 소리는 다 가슴에 굳게 묻었다. 지금까지 온 나의 노력과 시간은 자신만이 아는 것이라고 자신만 알 뿐이라고, 숨을 깊게 쉬며 하고픈 말을 참아 안았다. 지금까지 오직 영어, 글, 책, 강의 그 한 길로 오느라, 그만큼, 그 시간만큼 자신이 아팠던 숱한 이야기들은 결국 오로지 자신만이 알 수 있다는 격앙된 마음에 말을 삼켰다.

그리 오랜 시간을 함께여도 서로 모르는 게 있다고 당연한 것이라고 말을 닫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수업은 강의는 내게 삶을 사는 살아가게 하는 수단이고, 생활이며, 목적이었다’고 그래 온 정성과 온 힘을 다했다는 삼켜진 말들은 이미 폐부에 깊숙이 잦아들었다.


김연수의 말이 다시 머리를 스쳤다. ‘남에게 부정적인 말을 한 가지라도 하려거든 긍정의 말을 다섯 가지를 칭찬을 한 뒤에 하라’ 던 김연수의 그 말은 그가 겪었던 숱한 경험에서 나온 한 문장이었다고 이제 더 깊게 알게 되었다.


창공에서 남자 배우가 흘린 눈물이 무엇인지 그 장면을 보며 그가 지나온 모든 삶을 다 말 안 해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느낄 수 있었고, 볼 수 있었다. 감성의 사람이기에... 여린 사람이기에... 마음을 가장 중요시 아는 사람이기에... 아니 감성의 사람이 아니라도 그간 아무것도 자신을 위해 한 게 하나도 없이 배우로서 그가 한 길을 향해 오느라고,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기에 볼 수 있기에 공감했기에 눈물이 났다.

창공에서 본 세계는 너무 광활했을 것이다. 그간 아무것도 못 해보고 한 길을 향해 왔을 그가 그 광활함과 거대함을 보며 그가 느낀 감동이 얼마나 컸을지 알 것 같았다.


나도 똑같은 마음이었다.

스스로도...

아주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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