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chelle Lyu Aug 16. 2023

너를 지키며

바라봄의 미학

억지로 일어나 비틀거리며 식탁에 앉는다

몸은 휘청거리고

생각 많은 눈으로

초점을 잃은 생각이 깊은 눈으로

멍하니

밥 한 숟가락 떠 입에 넣고는

그저 입 안에서 밥알을 우물거린다

젓가락질이 아직도 x자로 교차하여 움직인다


그 모습을 보며 한 순간에

아주 어릴 적 젓가락 쥐는 모습을 정말 심혈을 들여 가르쳐 주었던가 아련해진다


한 술 뜨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바로

커튼이 내려진 방

침대에 그대로 누워 버렸다


누운 모습을 보며 한 마디

어둠 속에


준비 안 하니

말을 흐린다


네 알아서 할게요

잠결인지 다시 답하는 소리를 듣고는


그 방을 지나고

서재를 지나

거실에 이른다

다시 주방을 향해

식탁에 놓인 잠결에 한 술 뜨다만 그릇들을 정리한다


잠시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앉는데 다시

알람이 울린다


유유유 우유


그러자 곧 알람이 멎는다

잠결에 다시 알람을 눌렀는가 보다


선한

곧은

맑은

세상 욕심 없는

현실적이지 않은

배려 많은

이타적인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모두가 그리 말하는 것을 듣는


한 사람이 내보이는 일상이 왜 이리 안쓰러운지

마음이 아픈지

저린지


참 아프다

참 안쓰럽다


그 모습은 다름 아닌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픈 것일까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그리 받아들이고자 한다


당신이시여

기도 대로 들으시고 받으시고 이루소서

끝까지 모든 것을 기대로 지키소서

마지막 순간까지

이 간절함을 아시고

지키시고 이루심도 받으심도

동행하시고 이끄심도

받으시고 들으시고 이루소서


그리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누도 해도 짐도 안 되게 살게 하소서

억지로가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그렇게

그리 가게 하소서

눈 감게 하소서


다녀와요

현관문을 나서는 뒷모습에

물이 솟는다

주르륵



작가의 이전글 창의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