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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Aug 30. 2023

하늘도 그리 슬프셨군요

큰 형부 먼 길 떠나시는 날


비가 계속 내렸다

2023년 8월 29일

비가 계속 내렸다


떠남과 남음

영원히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서글픈 애처로운

이별이 숨을 죽였다

아들만 셋을 둔 큰 형부의 마지막은

치매로 오지도 못한

치매로 형부 떠남을 알지도 못하는 큰언니를 남겨두고

먼 길 가시는 큰 형부의 마음은 어떠실까?

큰 형부 영면을 모르는 큰언니의 마음은 또 어떠실까?


부부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로

두 세대 60년 이상의 시간은 얼마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함께 한 수많은 세월을 뒤로하고

떠나는 마지막이 어찌 이리 애달플 수가 있겠는가

이리도 애달플 수가 애잔할 수가 있겠는가



남겨진 모두의 울음이 눈물이 공중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갑자기

막내는 흑백사진 속

큰 형부가 두 팔 둘러

한 팔에는 큰 조카와

다른 한 팔에는 막내를 껴안고 있는 사진이 떠올랐다

형부는

큰 형부는 그 오랜 사진 속에서도 그리 큰 아이와 막내를 안고서

영정 속 사진의 모습처럼 웃고 있었다



막내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계속

이어서

아파서


비 속에 떠나는 운구 행렬은 많은 생각을 낳았다

주관자로 울 수밖에 우는 것만이 오로지 할 수 있는 전부였던 막내는

냉정히 마음 다지며 객관자가 되어 바라보고자 애썼으나

마음은 아리고 저려

깊은 곳 심연에서 본능에 가까운 하울링 소리가 새어 나았다


큰 조카 큰 질부

둘째 조카 둘째 질부

셋째 조카와 떠나기 전 마음 담아 늦게 와준 셋째 질부

홍균 어미가 보여낸 울림

조카의 모든 자녀들

마지막 가시는 길 운구를 나르며 끝가지 동행한

조카들의 친구들

모두 가슴 아리게 나름대로 자신의 슬픔을 삭이고 다스리고 있었다


불길로 들어가는 큰 형부의 마지막 모습에

흐느끼던 큰 조카의 어깨, 흔들림

둘째 조카가 짐승처럼 울부짖던 통곡

셋째 조카의 망연함이 빚어내던 소리 없는 눈물로

모두 저마다의 슬픔을 안아 담고 다스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정 속 큰 형부는 웃고 있었다

해맑게

웃을 때 형부는 늘 미소년이었다

형부의 젊은 시절 학사모 속에 얼굴은

너무나도 잘 생긴 멋지고 아름다운 해맑은 미소년의 순수 모습 그대로였다

형부는 그렇게 웃는 모습 그대로 구순을 살아오셨다


구순을 지나 아흔하나


마지막 순간까지 곳곳 했고

형부다웠고

윤형노라는 이름

자신의 정체성

의사로 생을 마감하셨다


큰 형부 떠나는 길 하늘도 통곡을 했다

비가 내렸고

비가 계속 내렸고


막내는

조용히 하늘 가시는 길 찬송을

가만히 틀어 자신만의 이별을 고했다


큰 형부

아버지 대신이었던

늘 세상 일찍 떠나신 아버지 부재감을 채워 주셨던 큰 형부

막내의 자부와 자존과 자긍과 위안을 주었던 형부

막내의 큰 형부

당신과 함께 했던 모든 나날이 힘이었고 위로였어요


형부

큰 형부


당신의 영면을

당신의 평안을

당신의 안녕을


형부

큰 형부

다시 꼭 하늘나라에서 만나요

평안히 가세요

평안히



진한 마음을 담아 부족하지만

큰 형부 가시는 길

먼 길 떠나는 길

함께 해주신

마음 나눠주신

모든 분들

이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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