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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Dec 17. 2019

마음을 부르는 안부

따스하다

좀 어떠세요? 뭐 좀 드셨어요
후배 경숙이 문자를 보냈다
따스하다

얼마를 앓았는지 모른다
목이 아파 수업을 할 수 없었다
목소리를 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없음은 비애를 넘는 고통이었다
앓았다
전기 매트에 열풍기를 틀고 이불을 두 개를 덮고 암막커튼으로 안방을 암흑으로 만들고 종일 잤다
처음에 그저 목이 좀 따끔거렸다
그라다 밥을 먹기가 힘이 들었고
콧물이 나오고
식은땀이 흐르고
온 몸에 살이 아팠다
살이 아프다는 사실을 생애 처음 알았다
그래 만지기만 해도 살이 아파 아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온종일을 잤다

먹는 것이 귀찮았다
그저 잠을 잤다
연구회에 보낼 두 권의 책 정리를 억지로 컴퓨터 앞에 정리해 넘겼다
결심을 했다
몸의 상태가 이제 계속 사 먹었던 약으로는 안 될 것이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왔다

월요일이다
가장 가까운 병원에 왔다
소아과다
멀리 가기조차 버거워 찾은 곳이 우주가 다니는 소아과다
딸이 알려주며 딸이 가라고 채근을 한다
병원에 들어선 순간 아 도로 갈까 잠시 갈등하다 접수를 했다
대기 시간 40여분
처음 방문이냐고 묻고 대답한다
대기실에는 숱한 유모차와 보호자들이 가득하다
비집고 앉을 의자조차 마땅하지 않다
그럼에도 몸의 상태가 엉망이라 꼭 오늘은 병원 진찰을 해야 한다고 내심 굳게 다짐한다
보호자 중 한 사람이 옆에서 코를 드렁드렁 곤다
기침을 계속하는 딸아이가 아빠를 자꾸 흔들어 깨운다

기다림이 길다
도무지 기다림의 시간이 줄어들 기미가 없다
기다린다 하염없이
책을 안 가지고 온 것이 내내 후회스럽다

기다림이 언제까지 일까 모르겠다
진찰을 받을 것이고
처방대로 약을 살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
늘 긴 기다림의 연속이다
월요일이고
종강한 수업과 아직 미종강인 자유학기 수업이 또 버젓이 기다린다
이틀을 앓았으나 차도가 없다
아니 그전부터 간간히 왔던 목의 고통으로 약을 먹기 시작한 때로부터 근 2주일을 넘었을 듯싶다
그 상태로 최선을 다해 왔다
주어진 모든 것에

모든 것이 기다림이다
모든 것이 기다림의 연속이다
언제나 정해진 순서로 오고 간다
삶의 모든 여정이

한 시간이 지났다
진찰 순서를 기다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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