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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Dec 18. 2019

현재 그리고 영광

새롭게 다시 서며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하십시요

인사 안부의 문구가 정중하다
마음을 다해 경의를 표하고 있음이 보인다

감기 몸살로 연일 며칠째 누워 있는 아내에게 늦게 들어온  남편이 침대 머리맡에  말을 전한다

꽃다발 또 받아 왔어
어디서 또 알았어 식탁에 놔둬

남편을 아픈 아내에게 그 한 마디를 건네고는 이불을 꼭 꼭 눌러 덮어주고는 거실로 나간다

시간이 지나고 비몽사몽 간에 잠이 깬 아내는 연일 기침을 하며
안방을 나서 식탁에 놓인 꽃다발과 감사패를 본다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하십시요

꽃다발에 달린 리본을 보며 왜 이리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오래 일했다
한 직장에서 한 세대를 지나고도 몇 년을
이제 바통을 아들에게 넘기려 하는 시간에 있다
그 숱한 수고와 노력 속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났고
계절이 오고 가는 세월 속에서 많은 자리에서 오는 비바람과 눈보라와 폭우와 함께 화창하고 찬란한 햇살 가득한 날도 지났다
아마도 그 인고에 시간만큼 꽃다발의 수가 전해질 듯하다
이미 식탁과 아이랜드 있는 꽃병을 정리해
하나로 모으고 새 꽃다발을 풀어 한 송이 한 송이 화병에 담았다
다양한 색과 다양한 종류의 꽃이 수북이 화병에 담겼다
새삼 꽃 이름을 다 모르는 자신을 탓하며
들꽃이나 풀꽃처럼 보이는 종류의 꽃만 따로 묶어 터키에서 사 온 캔에 담았다
캔에 담긴 보라 흰 초록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나머지의 꽃은 유리 화병에 담았다
유리 화병을 좋아했다
가지런히 병에 담긴 모습이 선명히 보이는 것이 늘 좋았다
투명하게 숨김없이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는 그 모습이 언제나 좋았다
꼭 자신의 모습처럼

몸살 후유증이 심했다
살이 여전히 여기저기 아팠다
일주일째 약을 먹었고 남편은 이틀 걸러 정해진 일정처럼 꽃다발을 받아왔다

여기저기 그 동한 함께 해온 동료 후배들이 소중한 마음음의 인사를 전한다
새벽이면 요사이 늘 아픈 상태로 꽃잎이 마를까 봐 제일 먼저 한 일이 화병에 물갈기와 꽃 꽂기였다
물을 갈아주며 늘 마음의 말을 했다

잘 자라라

오늘도 같은 말을 건넨다
거기에 한 마디 더

얼른 회복되게 해 주세요
빨리 몸을 추스르게 해 주세요

염원은 늘 초심이 되고 ㅣ
그 마음이 늘 다시 잘 시작에 서게 한다
오랜 시간 수고한 남편도 자신도 아이들도
속해온 모든 것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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