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chelle Lyu Jan 10. 2020

당신이시군요

엄마 오셨군요

현몽인지 길몽인지
밤새 꿈을 꾸었다
새벽 3시 눈을 뜨고 핸드폰을 본다
누군가의 카톡이 와 있고 가톡에서 느끼는 것은 모든 선함을 이끄시는 분이 당신이심을 확인한다

근래 유난히 엄마가 보고 싶았다
잿빛 수북한 머리 깊은 눈을 하신 엄마가 비취색 한복을 입고 오셨다
엄마의 우시는 듯 웃으시는 듯한 표정이 아프게 가슴을 저며왔다
엄마는 언제나 막내 내편이셨다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는데 남겨진 하나하나에 막내를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남겨 있어 오래 힘이 들었다
엄마의 마음 때문에

영문학을 전공한 막내의 가방에는
늦게 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어깨에 메고 귀가하는 가방 속에는
영영사전 영한사전 한영사전 이디엄 사전이 들어 있었다
그 가방을 힘겹게 메고
지금과 너무 다른 그 시절 어둠 속 버스 정거장에 내리면
까만 어둠 속에서도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막내니


엄마는 말없이 막내의 가방을 들어 당신 어깨에 메셨다
막내도 힘든 가방을 엄마는 막내 대신 받아 메시고는 막내 손을 잡고 걸으셨다
막내는 엄마의 힘으로 살았다
엄마의 의지로 살았다
아버지 세상 뜨시고 방황하는 막내를 마지막까지 학문의 길로 유도한 사람은 엄마셨고 엄마의 짙고 깊은 사랑이었다

제기동 집을 떠나고
강동의 작은 언니 집에서 마지막 엄마가 가시던 날
엄마는 그날도 자신보다 타인 아니 아픈 친구를 위해 보약을 들고 가셨다

마지막 날
엄마가 남긴 한 마디

잠실 아줌마가 오래 아픈 게 마음 아파서 자꾸 걸려서

그 한 마디를 유언처럼 남기고 아픈 친구보다 먼저 세상을 뜨셨다

유언이 된 잠실 아줌마가 너무 아파서
는 그 뒤로 내내 막내의 가슴을 때렸다
아팠다
저몄다
아렸다

유언을 못 들은 막내는 엄마 세상 떠난 뒤 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았다
그게 엄마의 유지를 따르며 사는 길이라고 여겼다
그래 그렇게 살고자 했다

매 순간 언제나 최선으로

현몽인지 길몽인지 여행을 했다
영순이와 갔던 러시아
진경이랑 갔던 터키 실크로드
딸과 갔던 스페인 터키
남편과 갔던 숱한 곳 중 미서부
아들과 갔던 서유럽 중국 일본
숱한 곳을 떠돌았다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나
분명 좋아하던 유럽이 가장 기억으로 환기되어 왔다

그렇게 여러 곳을 떠돌다
뒷모습을 보이시던 옥색 한복을 입은 엄마를
허공으로 손을 흔들며 부여잡으며 허둥대었다
엄마는 시야에서 사려졌다
조용히 잔잔히 오래
손을 내밀어 허공에 부르는 나의 소리를 듣지 못하셨다
엄마가 가신 자리에
온화한 붉은 불빛만이 가득 퍼졌다

빛만이

작가의 이전글 너와 나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