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단상

사유

by Michelle Lyu

새벽 두 시 눈을 뜬다

습관적으로 익숙해진 관성에 따라 조심스레 발을 옮기며 거실로 향한다

거실 불을 켜자 어둠에 잠들었던 모든 사물이 일제히 드러난다

벽에 걸린 내 프로필 사진 액자가 제일 먼저 들어온다

오랜 지기 시훈 맘이 그려준 것이다

전시에 갔다가 나도 모르게 그려져 걸려 있는 나를 보았다

가영 맘이 프로필 사진에 넣어요 했던 사진 모습이고

제자가 찍어준 사진으로

근 10년간을 내 프로필 사진을 장식하는 사진이다

제자 가영 맘 그리고 시훈 맘이 의해 그렇게 그 사진이

거실 한쪽 면에 걸려있다


일전 딸은 내게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가족사진을 뗀 자리에 그 액자가 걸려서다

작은 아이 딸은 엄마 마음을 전혀 이해 못 했다

가족사진은 가족사진으로 함께 카테고리 지어 묶어 진열대 위에 놓은 이유를 들어보지도 않고

그저 자신 생각 결론짓고 입을 막았다

설명을 한순간에 막는 딸에게

이유나 상황을 얘기하지 않고 싶었다

변명 같아서

핑계 같아서


내가 나를 보았다

애정 어리게

강의 중인 내 얼굴이 진중하다

그게 평소 내 모습인 것을 안다

엄마가 한 길을 향해 부단하게 노력하며 꾸준히 온 것을

타인이 모두 존경과 경이로움으로 대하는 학문의 여정

평생 가르쳐온 업으로서의 존재감을

딸은 얼마나 인정과 존중을 담고 있을까

순간 내 얼굴을 보며 깊고 깊은 심연으로 내닫는 사유를 본다


또 큰 아이 아들은?

70대를 시작하며 더 깊이 기도한다

결코 누도 해도 짐도 절대로 가족에게도

일로 연결된 모든 지인 선생님들에게도

정애 문호를 비롯한 후배에게도

일가 모두에게도

인연의 한순간으로 온 모든 사람들에게도

누 해 짐으로 남지 않고

잠자다 떠나신 큰 형부처럼

한순간에 떠나신 엄마처럼

그리 세상 뜨게 해달라고

그 생각에 목울대가 울어댄다


왜일까


다시 읽는 한강의 작품들 때문일까


작별하지 않는다


페이지마다 엄마 생각에 밑줄이 그어지고 여백에 생각을 담고

행간 물음표가 춤추듯 난무한다


엄마가 보고 싶다

막내에게 전부를 준 엄마

유품 속에 있던 내 이름으로 된 통장과

성냥갑 안에 들어 있던 동전들

엄마는 엄마의 전부를

살아서도

세상 뜨면서도

막내에게 놓고 가셨다


지금에서야 아주 조금 그 마음을 안다

양손을 펴 손 안쪽 면 손가락이 아니 바닥으로 눈물을 닦았다


큰 아이 아들

속을 알 수 없는 아들

그저 그 아이를 위해 기도만 할 수뿐이 없는 아들

방문 너머로 숨소리가 들려온다

아들의 생각 삶을 다 알 수 없는

엄마

나는

나를 두고 한 마디도 못하고 가신 엄마가

애처로이 안쓰럽게 사신 것처럼

난 꼭 그대로

애잔하고 안쓰러워

큰 아이 아들을 가슴에 담고 담는다


시계는 네 시를 향해간다

눈을 떠 두 시간 예를

한강과

아니 한강의 글과 조우 중이다


모든 것을 초월한 듯

세상을 관조하는 한강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녀의 글에

빠져

근 10년이 되어오는 오래전 읽었던 그녀의 책들을 다시 사 모았다

소년이 온다

그리고 지금 너무 사랑하는 책

작별하지 않는다

까지


요사이 한 번 눈을 뜨면 다시 잠을 들 수가 없다

후우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인정과 받아들임으로 이 새벽을 맞는다


고맙다

나의 인생아

나의 생아


오늘은 효손 우주와 하루 데이트를 한다

일정을 가늠한다

도서관 가기

은행 가기

치즈 스틱 사주기

우주 의견 물어 옷 구두 속바지 사주기

우주를 생각하는 염원은 이미 간절한 기도에 이른다


우주가

효손 우주가

지적체계를 갖춘 존재자로

자의식을 가진 인격자로

전문 직종에 있는 전문인으로

가는 방향으로 매 순간

이끌고 동행하고 지키소서

간절함으로

기도에 목이 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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