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깊이 읽기
A Chair for My Mother
Vera B. Williams
엄마의 의자
베라 윌리엄스
<엄마의 의자>는 베라 윌리엄스(Vera B. Williams, 1927–2015)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그림책이다. 따뜻한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1982년에 출간되어 1983년 칼데콧 아너(Caldecott Honor) 상을 수상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딴 아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파란색 버스 모양을 한 음식점이 있다. 그 음식점 앞에 선 그 소녀, 로사가 음식점 출입문 앞에서 누구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녀의 뒷모습은 말을 하지 않으나 소녀를 바라보는 식당 안의 얼굴에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랑과 마음이 담겨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주는 사람의 앞모습과 음식을 먹는 사람의 뒷모습이 조화롭게 창문을 통해 드러난다. 음식은 인간이 기본 생활, 즉 삶을 살아가는 주요 3요소 의식주 중 하나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식을 나타내는 표지가 커버로 등장한다. 이는 <엄마의 의자>가 한 사람의 존재적 삶의 순간을 직시해 가는 이야기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듯하다.
주인공 소녀 로사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로사의 엄마는 바로 책 표지의 등장하는 식당에서 일을 한다. 소녀는 가끔 엄마를 찾아가고, 식당 주인은 소녀에게 작은 일거리를 제공하고 수고비를 준다. 소녀는 소금 통과 후춧가루 통을 씻고 병에 케첩을 채우는 일을 하거나, 양파를 까는 일을 하고 수고비를 받아 커다란 유리병에 수고비로 받은 동전을 하나하나 모은다.
일 년 전 소녀의 집은 화재로 살림살이 모두가 다 잿더미가 되었고 이모네 짐에 더부살이하는 신세가 되었다. 파란 유리병, 그 유리병에 모이는 동전은 새로운 희망을 쏘아 올리는 매개체가 된다. 소녀와 엄마는 열심히 일을 하고, 일하고 받은 수고비인 동전을 모아, 거처도 마련하고, 엄마의 피곤한 몸이 쉴 의자를 산다. 삶의 희망이 된 동전은 결국 엄마의 쉴 공간으로서 의자, 엄마의 의자가 된다. 그 의자에 앉아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소녀는 창문을 통해 표지에 나타난 파란색이 희망을 의미하듯 파란 하늘을 보며 새로운 희망을 다시 새긴다.
작품에 등장하는 색채는 이야기의 내용을 더욱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색으로 표현하는 의미를 추적함도 굉장한 묘미를 더한다. 파랑, 노랑, 잿빛, 분홍의 의미가 의자에 앉아 창문을 통해 보이는 파랑 하늘을 희망으로 되살려난다. 희망은 봄을 상징하며 나타내는 가장 뜻깊은 단어이다. <엄마의 의자>는 봄을 상징하는 다양한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봄의 의미인 새로운 시작, 생명, 희망, 사랑, 회복을 이 작품은 모두 품어낸다.
작품 속 등장인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파란 하늘을 보며 꿈을 꾸고 또 희망을 담는다. 파란 식당을 표지로 내세운 작가는 모두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말자는 따스한 권문을 독자에게 전한다.
상징으로 등장한 의자는 엄마의 존재나 사랑, 보호를 제시한다. 집 안에서 늘 한자리에 놓여 있던 엄마의 의자는 가족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존재다. 이야기는 화재로 집과 가구를 모두 잃은 삼대 어린 소녀 로사, 엄마, 할머니가 새 삶을 시작하며, 엄마가 쉴 수 있는 편안한 안락의자를 마련하기 위해 함께 돈을 모으는 과정을 담고 있다. 로사와 가족은 식당에서 일하며 받은 팁과 절약한 돈을 큰 파란 유리병에 차곡차곡 모으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꽃무늬 안락의자를 구입하게 된다. 이는 가족의 사랑, 공동체의 연대, 그리고 작은 희망이 어떻게 삶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색채 면에서 본다면 파랑, 노랑, 잿빛(회색), 분홍색은 각각 고유한 심리적, 상징적 특성과 문화적 의미를 지닌 색이다. 파랑(Blue)은 안정, 평화를 나타낸다. 노랑 (Yellow) 창의성, 희망, 따뜻함으로 등장한다. 또 작품에서 잿빛, 회색(Gray)는 우울하거나 지루한 느낌을 동반하나 이어 등장하는 의자의 분홍색(Pink)이 온화함과 보호를 직시하게 한다.
이처럼 여러 의미를 보여주는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독서 프로그램(Reading Rainbow)에도 소개되었다. <엄마의 의자>는 '로사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다. 이후 <Something Special for Me>(1983), <Music, Music for Everyone>(1984)로 이어진다. 세 작품 모두 로사와 가족의 성장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가족 간의 사랑과 희망을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베라 윌리엄스는 미국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아동 문학 분야에서 활동했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이야기와 독특한 일러스트 스타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사회적 약자나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조명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192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랐다. 학창 시절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블랙 마운틴 칼리지(Black Mountain College)에서 예술 교육을 받았다.
그녀 작품에는 경제적 어려움, 이민자 경험, 한 부모 가정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자주 등장한다. 다양한 인종, 계층,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시각이 돋보인다. 정치, 사회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평화주의자이자 사회 정의 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 어린이들에게 공감과 희망, 그리고 사회적 현실을 전하는 중요한 목소리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엄마의 의자>(원제: A Chair for My Mother) 번역가는 최순희다. 최순희 번역가는 어린이 문학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번역가이자 작가입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남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도서 정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0년 이상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립 도서관에서 어린이책 전문 사서로 근무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국내에서 번역과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번역서로 <프레더릭>(레오 리오니 작), <트리갭의 샘물>(나탈리 배비트 작), <안녕, 나는 지구야!>, <안녕, 나는 태양이야!>, <안녕, 나는 명왕성이야!> 등 '안녕' 시리즈와 <희망이 내리는 학교>(이브 번팅 작), <왜 지렁이는 비가 오면 나타날까?>, <나에게 정원이 있다면>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바부시카의 인형>, <공주와 고블린>, <일곱 마리 눈먼 생쥐>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