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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Jan 19. 2020

뿌연 하늘

잿빛인지 엷은 회색인지

창문 너머로 잿빛 하늘이 보인다

묘하게 피터 한트케의 어느 작가의 오후에 나오는 문장이 떠오른다


창문 너머로

난 이 구절을

거실 창문 너머로 잿빛 하늘이 가늠으로 알 수 있는 남한산성 기슭을 묻고 가까운 이웃 아파트의 형체만을 남긴다

로 적어본다

날이 흐리다

흐린 것이 자연현상인지 아니면 자연을 침해하는 결과물인

미세먼지인지는 모르겠다

날씨 검색을 하지 않았다

우선순위에 날씨는 밀려 있다

요사이 원시인처럼 지내는 방학이 너무 좋아서다

오늘도 고양이 세수를 하고 책을 잡았다

늘 그 일상으로만 살 수 있다면

could't  be better 이다

어떤 걱정이나 불안도 자리를 잡지 못한다


새벽 감사카드를 받았다

마음이 오고 가는 곳에는 잿빛도 회색도 아니다

명징한 밝음이다

밝을 명 한자를 좋아한다

나의 정체성을 주는 글자다


엹어질 기미가 없는 잿빛 하늘이 아무리 사라질 준비가 전혀 하지 않는다


다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본다

이웃 아파트를 본다

우리 동 아래 소나무 정원을 본다

물론 다 각인된 형상으로

이 형상들은 이미 내재된 인식에서 결코 떠나지 않는다

잿빛과 밝음이 배치관계에 있으나

마음에선 이미 밝음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좋다

인식의 순간이

감사와 마음이

사랑과 존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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