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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작품 깊이 읽기

by Michelle Lyu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

셸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

작품 깊이 읽기

Michelle Lyu

한 아이가 나무를 올려다본다. 고개는 뒤로 젖혀져 있고 곧게 두 팔을 앞으로 뻗어 펼치고 두 손은 바닥을 위로 해 넓게 벌리고 있다. 그 손끝이 불러내는 시선을 따라가 본다. 초록 나무에서 사과인지 감인지 분간이 어려운 열매 하나가 떨어지고 있다. 곧 아이가 그 열매를 받으려고 손을 벌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면에 초록이 흐른다. 생명의 상징 초록색이 짙은 초록과 조금 연한 초록으로 음영을 이루어 작품 전체를 다 드러낸다. 전면을 다 아우르는 이 음영이 진한 아픔을 자아낸다. 음영이 작품의 내용을 잘 따라오라는 눈길을 진하게 내보인다.


깊게 박힌 나무뿌리 옆으로 삐죽이 나온 연한 초록의 풀이 나무를 보호하듯 에워싸고 있다. 초록 나무와 살의 색을 드러내며 맨발로 선 아이가 입은 빨간 멜빵 반바지가 강하게 색의 대비를 이룬다. 색 자체로 선명함을 마주하게 하는 ‘아이와 나무’가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아낌없이”는 ‘아끼지 않고’, ‘후하게’, ‘인색하지 않게’ 뜻의 부사다. 어떤 것을 줄 때나 행동할 때 자기 이익이나 손해를 따지지 않고 기꺼이 내어주는 태도를 표현한다. 그렇다면 그토록 하나도 어떤 이해타산 없이 줄 수 있는 그 마음이 진정 무엇인지 알고 느끼고 싶어진다. 그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전하는 사랑, 희생, 성장, 욕망, 자연, 관계, 행복 명제를 찾아가기로 한다.

셸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는 1964년 발표한 인생 우화다. 작품은 주는 사랑의 의미와 인간의 욕심, 관계의 본질을 직시하게 한다. 생을 살며 알게 되는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담담하게 그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작가는 자신의 세계관을 담아냈다. 그는 “나무가 단지 착한 존재”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항상 좋은 것인가?” 끊임없이 묻게 만든다. 그런 의미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도덕 교훈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관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적 우화로 볼 수 있다.

어린 소년과 나무는 친구다. 소년은 언제나 나무와 놀고 나무 그늘에서 쉬며 행복해한다. 시간이 흘러 소년이 자라 어느 날 나무에게 “무언가를 달라”고 말한다. 소년이 어릴 때 나무는 그저 소년과 함께 노는 것으로 행복했다. 소년이 커서 돈이 필요하다 할 때 나무는 자신의 노고로 얻은 결실, 열매 사과를 주어 팔게 한다. 집이 필요하다 할 때 나무는 나뭇가지를 미련 없이 내어준다. 소년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할 때 나무는 이제 줄기마저 내어준다. 그리고 마침내 노년이 된 소년에게 더 이상 줄 게 없는 나무는 오로지 그루터기만 남는다. 그때 이르러서야 노인이 된 소년은 “쉴 곳이 있으면 된다” 말하고, 나무는 그 말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으로 나무는 아무런 대가 없이 소년에게 모든 것을 준다. 이는 부모의 사랑, 특히 어머니의 사랑으로 비유된다. 소년은 성장하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결국 나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소비해 버린다. 이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자연 파괴를 상징한다. 나무는 ‘주는 것’으로 행복의 의미를 찾으나 그 행복이 자기희생을 동반한 슬픈 행복이라는 것은 애잔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낌없이”, 계산하지 않고, 자신을 다 내어주는 사랑을 담은 책의 제목은 “사랑이란 아낌없이 주는 것”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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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akespeare " 전공. 나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이해, 사회를 보는 길이 바로 문학이라 생각한다. 내게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며 타인에게 향하는 창이며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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