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대를 조금 더 살아가는 엄마와 한 세대의 삶을 살고 있는 막내는 둥지 잃은 새들처럼 오로지 서로가 서로를 느끼며 살았다
엄마는 막내의 일거수일투족이 되어 온 마음을 막내에게 다 바쳐 사셨다 철부지 막내는 그저 엄마가 해주는 모든 것을 당연히 받으며 사는 아주 여린 미숙아였다
합격 정부기관 합격 후 면접 보러 가는 날 엄마는 온 정성을 다해 막내를 챙겼다 앞뒤로 살피고 현관까지 따라 나오시고는
잘해라
한 마디를 하시고는 정거장을 향해 내려가는 막내를 내내 지켜보셨다 그렇게 지켜보는 엄마를 뒤로 하고 딴에는 아주 잘 다 준비했고 자신감 있게 집을 나섰고 면접 장소를 향해 지하철을 타려고 성내 정거장에서 내리며 그만 사람에 밀리고 밀려 구두 샌들 끈이 끊어졌다 순간 훅 아 면접에서 잘 안 되나 보다라는 불길한 생각으로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신발끈이 떨어진 구두 한 짝을 들고 공중전화부스를 찾아 집에 전화를 했다 마치 대기라도 하고 계셨던 듯
엄마 신발끈이 끊어졌어 다른 구두 좀
부리나케 달려온 엄마가 한 손에 구두를 들고 택시에서 내리셨다 엄마의 얼굴은 긴장하셨는지 붉게 상기되었고 열이 나는 듯했다 구두를 건네며
빨리 갈아 신어라
다급한 한 마디에 막내는 대답도 없이 구두를 갈아 신고 승강장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비가 내린다 비를 막으려고 재킷을 머리 위로 올렸다 막내는 2020년 4월 17일 새벽 기도가 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아주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기도를 하려고 두 손을 마주 잡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엄마 생각이 났다 내내 내내 계속 마음이 아팠다 시렸고 저리고 저몄다 이제서야 엄마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아주 조금 상기된 붉은 얼굴로 얼른 갈아 신어라 늦지 않겠니 하셨던 엄마의 마음 정거장을 향해 가는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셨던 엄마의 마음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엄마 세상 뜨시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엄마의 정성 어린 사랑 때문인지 엄마의 한결같은 염원의 마음 때문인지 신발끈이 끊어진 어려움 속에서도 합격을 했다 합격 후 발령을 기다리던 늦가을 어느 날 엄마는 단 한 마디도 하시지 못하고 불의의 사고로 이승을 하직하셨다 말 한마디 없이 한 번의 눈짓도 바라봄도 없이 허망하게 속절없이 엄마에게서 마지막 말 한마디도 듣지 못한 막내는 한이 되어 늘 가슴을 저몄다 울고 울었다
막내는 자녀들에게 엄마가 막내에게 해준 것처럼 꼭 그렇게 마음 다해 자녀들을 가슴으로 품으며 살고 있다
축복의 비가 내린다 첫걸음 아주 오래 돌고 돌아서 온 사회 세상 첫걸음이다 오래 시간이 지났다 유학에서 돌아와서도 또 시간이 지났다 결국 꼭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차선으로 어쩜 부모로부터 선택을 강요당해서였는지도 모르는 차선으로 선택한 일에서 필기 통과 면접 불합격을 두 번이나 지나고 나서
다시 필기 면접 최종 통과 연수 지나서도 또 시간이 지났다 기다리게 했다 시간은 그리 속절없이 길게 오래오래 돌고 돌고 돌아오게 했다 36해를 뜻이 있겠지 이제 그 믿음을 더욱 굳게 생각한다
God Bless You!!!
막내는 엄마 돌아가신 후 발령을 받았고 첫 월급을 탔다 빨간 내의 한 벌을 샀다 돌아가신 엄마를 위해 그리곤 집 옥상에 올라가 내의 한 벌을 태워 하늘로 올렸다 파란 연기가 하늘을 향해 올랐다
엄마 편히 계세요 막내 잘 살게요
첫걸음을 떼는 사회로 나가는 세상을 향하는 큰 아이를 아들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배웅했다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며 큰 아이 아들이 말했다
다녀올게요 그래 잘하고
한 세대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 엄마의 말이었다 한 세대 이상을 지난 뒤 막내의 큰 아이가 하는 대답이었다
언제나 언제나 너를 응원한단다...
엄마 죄송했어요 감사했어요 너무 그리워 가슴이 아파요 엄마 편안하세요 이제서야 엄마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