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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 스승을 마주하며

마음 깊이 흐느끼는 제자

by Michelle Lyu

문학이야기

병상에 스승을 마주하며


마음이 작은 사람으로 키우지 않았다
어느 날 100 달란트 받고 싶다고 내 손 잡아 교회를 이끌던
아이들의 올곧음을 늘 기도했고 그리 성장했다고 확신한다

지하철을 몇 번을 갈아타고 그는 모교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은사가 아프시다는 소식을 접했고
아마 꼭 가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시간을 내어
교수님의 병실을 찾아 노크를 했다

자네를 주목하겠네 했던 교수님
자네의 빛남을 확신하네 했던 교수님
조해일 교수님

그는 병실에 들어섰다
병실에는 단 한 명의 제자만이 병문안 중이었다
그 제자는 그가 들어서자 조용히 자리를 비켜 나갔다
그는 교수님을 보았다
아주 교수님의 상태가 안 좋았다

16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을 늘 격려했고 주시했던 힘을 주셨던 교수님
교수님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면회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30분 내내 교수님을 은사님을 그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가슴으로 나눴는지는 모른다
내내 병상에 누운 교수님 곁에서
자신도 못 알아보는 교수님 곁을 그는 지켰다
어떤 가슴이었을까
늘 자신에 길을 찾는 과정에서 길잡이로서 의논했던 교수님
긴 시간을 전화를 얘기를 나눴던 교수님
그 교수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어떤 마음이 스승과 제자의 마음이 오고 갔는지는 모른다
뇌에 문제가 있어 누워계신 교수님이
자신을 보러 온 제자에게
심지어 그 귀하게 여겼던 제자의 이름과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

어떤 말을 하고 싶으셨을까
제자는 그는 그저 교수님을 바라보고 무언의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그리곤 많은 생각으로 교수님을 보며 마음 한 편에 멍울이 새겨졌을 것이다

늦게 귀가한 큰 아이 아들이
엄마 왔어요
하며 엄마 침대 곁에 와 머리를 쓰다듬는다
엄마는 순식간에 일어나 앉으며
잘 다녀왔니
하고는 자리를 고치며 급히 묻는다

너 보고 뭐라 하시든

못 알아보세요 아주 마르셨어요 뇌에 문제가 있으신 듯해요

그래 병문안객은 많고

아니 한 사람이 있다가 자리를 비켜 나가더라고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허나 알 수 있었다
지금 그가 큰 아이 아들이 느끼는 마음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이 비어갔다
창문 너머 어둠이 굳게 오고 있었다
그를 보는 게 마음이 찡하게 저려왔다
곧은 아이다
빈 말은 절대 안 하며 사는 아이다
정직하며 정의 편에 서야 함을 누구보다 알고 실천하며 사는 아이다
세상에 밝지 못하다
book smart
그 아이 모습 자체로 귀한 아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저
난 대학 때 조해일의 겨울여자에 빠졌었다
그의 성찰적인 글이 좋았다
그의 글이 마음을 아프게도 했다
그가 큰 아이 아들의 은사로
아들의 길잡이로
아들을 귀히 지켜보는 멘토로 왔을 때
곁에 있음이 아주 기뻤다
큰 아이를 통해 그의 소식을 간간히 들었다
그렇게 그를 더 가까이 알게 되었다

큰 아이에게

너 좋아하는 철학 교수님도 자주 찾아봐

이 말은 삶에 매 순간을 지나며 후회를 남기는 미련을 좀 덜 가지라는 말이었다
그리곤


엄마는 5월 14일 교수님 뵈었는데
너도 뵈었던 만났던 엄마 교수님
아직도 코리아 헤럴드 에디토리얼 쓰시더라 구순이 오시는 나이에도...

말간히 엄마를 본다
빈 눈으로
아마 오래 갈 것이다
지금 이 느끼는 허망과 아픔이 꽤 오래 갈 것이다

아주 안 좋으세요

그 말이 자꾸 걸려 엄마는 밤새 잠을 뒤척인다

미망인가
아니면 그저 다 못한 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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