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게 영순위였다 친우 벗 절친 그 모든 친구의 명사를 다 동원해도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는 세월을 마음을 함께한 영원한 첫 번째 영순위였다 영순이다 나의 수십년지기 벗 영순이다
모두가 잘못이라고 말한다 모두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그러므로 그 사실을 스스로 잘못이라고 받아들이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해야만 하고 그 오랜 경험 후에 깨달음과 확신이 있어야만 하는 시간과 감정에까지 이르러서야 그때서야 잘못이라고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난 한 번도 그에게 잘못이라고 그가 잘못할 거라고 잘못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왜냐면 내가 그를 신뢰하는 마음은 100퍼센트를 넘어 어쩜 완벽에 가까운 믿음이 시간과 더불어 왔기 때문일 거다 그래 아직도 그가 했다고 한 모든 일이
일이 그렇게 되었다고 호는 모든 일이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또 그러기에 확증도 없다 미련스럽게도 일말의 해결 가능성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여전히 나는 갖고 있는지 모른다
주차장을 향해 급하게 내려갔다 그가 남편을 따라 시골로 간지 2개월째다 간간히 문자는 했고 또 사실 매일 아침 기도 때마다 그를 불러내었다 평안을 기도했다 허나 난 지금 정말 내가 그가 필요한 기도를 했나 자성과 반성에 마주 선다 누구를 위한 기도였을까 수십년지기에 평안을 기도하며 정작 정확히 어떠한 내용의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몰랐던 것이다 잘하지도 못하는 기도지만 거의 매일 눈을 감고
입 밖으로 소리를 내는 기도는 할 줄 몰라 마음으로 늘 먼저 그의 평안과 안정을 기도했는데 나의 기도는 하늘 하나님 어디쯤에 상달되었을까 도저히 알 수 없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주차장에 멎자마자 그의 차를 향해 발길을 서둘렀다 차에서 내리는 그의 모습은 기가 막힐 정도로 말랐다 하얀 셔츠가 헐렁헐렁 바지도 헐렁헐렁 그간 그가 얼마나 맘고생을 했나를 보여주고 증명하고도 남았다
왜 이리 말랐어 그래 말랐지
그런 몸 마음의 상태로 일 못하는 아니 살림을 두려워하는
못하는 친구를 위해 그가 들고 온 가방에는 매실 손수 이름을 가지런히 쓴 참기름 호박 그리고 일부러 나 주려 어제 했다는 피클이 한가득이다
울었다 서로 마음이 아파 울었다 차도 커피도 이제 카페인이 있는 것은 그는 마시지 못한다 엷게 보리차처럼 끓인 차를 한 잔씩 나눴다 못 본 그동안의 얘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불과 한 두 달 길지 않았던 시간의 여정이 아마도 그리 많은 이야기를 쌓이게 하는 게 삶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한 사람이 가고 남은 사람이 느꼈던 숱한 이율배반적인 감정의 상태와 한 순간을 다 내려놓고 싶은 미처 깨닫지 못한 세상사와 그리고 큰 아이 미처 말하지 못했던 숱한 이유들이 있었음을 알고 느꼈을 말없는 가운데 오고 갔던 마음들 늦게서야 큰 아이가 사준 팬티를 하나 주고 싶었던 마음을 열고 보일 수 있었음이 다행으로 다가오고
접시에 놓인 빵 몇 조각도 다 먹지 못하던 그를 보며 가슴이 아파 숨을 몰아 쉬었다 서너 시간이 순식간에 달아나고 있었다 아직 할 말은 너무 많고 또 더 많이 보고 싶고 있고 싶은데 시간은 속절없이 내달음질을 해댔다
그의 남편이 전화를 했다 영상통화로 부부 대화 중 그 속에
안녕하세요 한 마디를 곁들이고는 와락 눈물이 너무 대단하고 훌륭하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영순이 이제 정말 더 잘할 거예요 많이 위해주세요 너무 말랐어요 영순이가 얼마나 애쓰셨는지 알아요 뭐라 할 말 말이 없어요 정말 고맙고 대단하시고 sj아빠 같은 분 세상에 없으세요 영순이의 남편도 마음 얘기를 하고 나도 대답을 했다 눈물이 났다 너무 가슴이 아파 자꾸 눈물이 났다
그리곤 한 마디 영순아 나도 신앙애 대해 하나님에 대해 깊지도 다 알지도 못해 하지만 이번에 하나는 알겠더라 결코 죽이시지는 않으시더라 결코 죽게 두시지는 않더라 그냥 근처 교회 있으면 가 봐 기도를 하라는 게 아니야 니 속마음을 얘기해 나도 그리했어 매일 눈물이 나더라 큰 아이를 생각하고 마음을 들이고 말할 때마다 울었어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모르겠더라 영순아 너도 그냥 한 번 가서 말을 해 니 속말을 그냥 해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너 혼자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말을 다 그냥 해 그럼 좀 나아지더라
영순이는 수긍했고 또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말했다 아마 난 내 생각으로 단 한 번도 영순이를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고 여기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영순이는 늘 언니였고 엄마였고 큰 어른였고 그래 난 늘 영순이에게 의지했고 위안을 얻었기에
말랐다 너무 말랐다 영순이를 가슴으로 안아봤다 갑자기 진경이의 말랐던 모습을 떠올리고 생일선물을 좋은 걸 해주고 싶었다 그래 가격과 상관없이 좋은 것을 주인에게 달라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주고 싶었다 마음이 곁에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늘 기도 속에 영순이를 담고 있었다 매일 언제나 꼭 병원 가서 확인하고 연락 바로 서로 주자는 말을 남기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손을 잡았다 놓았다를 했다 멀어지는 영순이의 차를 한참을 지켜봤다
식탁에 가지런히 놓인 그가 싸온 모든 것에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영순위다 영순이는 늘 내게 생각 마음 행동 가슴에 영순위다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