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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Jun 16. 2020

영원히 영순이는 영순위다

모든 일에는 다 뜻이 있다고

그는 내게 영순위였다
친우 벗 절친 그 모든 친구의 명사를 다 동원해도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는 세월을 마음을 함께한 영원한 첫 번째 영순위였다
영순이다
나의 수십년지기 벗 영순이다

모두가 잘못이라고 말한다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그러므로 그 사실을 스스로 잘못이라고 받아들이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해야만 하고
그 오랜 경험 후에 깨달음과 확신이 있어야만 하는
시간과 감정에까지 이르러
그때서야 잘못이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난 한 번도 그에게 잘못이라고 그가 잘못할 거라고 잘못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왜냐면 내가 그를 신뢰하는 마음은 100퍼센트를 넘어 어쩜 완벽에 가까운 믿음이 시간과 더불어 왔기 때문일 거다
그래 아직도 그가 했다고 한 모든 일이

일이 그렇게 되었다고 호는 모든 일이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또 그러기에 확증도 없다
미련스럽게도 일말의 해결 가능성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여전히 나는 갖고 있는지 모른다

주차장을 향해 급하게 내려갔다
그가 남편을 따라 시골로 간지 2개월째다
간간히 문자는 했고 또 사실 매일 아침 기도 때마다 그를 불러내었다
평안을 기도했다
허나 난 지금 정말 내가 그가 필요한 기도를 했나 자성과 반성에 마주
누구를 위한 기도였을까
수십년지기에 평안을 기도하며 정작 정확히 어떠한 내용의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몰랐던 것이다
잘하지도 못하는 기도지만 거의 매일 눈을 감고

입 밖으로 소리를 내는 기도는 할 줄 몰라
마음으로 늘 먼저 그의 평안과 안정을 기도했는데
나의 기도는 하늘 하나님 어디쯤에 상달되었을까 도저히 알 수 없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주차장에 멎자마자 그의 차를 향해 발길을 서둘렀다
차에서 내리는 그의 모습은 기가 막힐 정도로 말랐다
하얀 셔츠가 헐렁헐렁
바지도 헐렁헐렁
그간 그가 얼마나 맘고생을 했나를 보여주고 증명하고도 남았다

왜 이리 말랐어
그래 말랐지

그런 몸 마음의 상태로
일 못하는
아니 살림을 두려워하는

못하는 친구를 위해
그가 들고 온 가방에는 매실 손수 이름을 가지런히 쓴
참기름 호박 그리고 일부러 나 주려 어제 했다는 피클이 한가득이다

울었다
서로 마음이 아파 울었다
차도 커피도 이제 카페인이 있는 것은 그는 마시지 못한다
엷게 보리차처럼 끓인 차를 한 잔 나눴다
못 본 동안의 얘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불과 한 두 달 길지 않았던 시간의 여정이 아마도 그리 많은 이야기를 쌓이게 하는 게 삶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한 사람이 가고 남은 사람이 느꼈던 숱한
이율배반적인 감정의 상태와
한 순간을 다 내려놓고 싶은 미처 깨닫지 못한 세상사와
그리고 큰 아이
미처 말하지 못했던 숱한 이유들이 있었음을 알고 느꼈을
말없는 가운데 오고 갔던 마음들
늦게서야 큰 아이가 사준 팬티를 하나 주고 싶었던 마음을 열고 보일 수 있었음이 다으로 다가오고


접시에 놓인 빵 몇 조각도 다 먹지 못하던 그를 보며
가슴이 아파 숨을 몰아 쉬었다
서너 시간이 순간에 달아나고 있었다
아직 할 말은 너무 많고 또 더 많이 보고 싶고 있고 싶은데
시간은 속절없이 내달질을 해댔

그의 남편이 전화를 했다
영상통화로
부부 대화 중 그 속에

안녕하세요 한 마디를 곁들이고는 와락 눈물이
너무 대단하고 훌륭하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영순이 이제 정말 더 잘할 거예요
많이 위해주세요
너무 말랐어요 영순이가
얼마나 애쓰셨는지 알아요
뭐라 할 말 말이 없어요
정말 고맙고 대단하시고 sj아빠 같은 분 세상에 없으세요
영순이의 남편도 마음 얘기를 하고 나도 대답을 했다
눈물이 났다
너무 가슴이 아파 자꾸 눈물이 났다

그리곤 한 마디
영순아 나도 신앙애 대해 하나님에 대해 깊지도 다 알지도 못해
하지만 이번에 하나는 알겠더라
결코 죽이시지는 않으시더라
결코 죽게 두시지는 않더라
그냥 근처 교회 있으면 가 봐
기도를 하라는 게 아니야
니 속마음을 얘기해
나도 그리했어
매일 눈물이 나더라
큰 아이를 생각하고 마음을 들이고 말할 때마다 울었어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모르겠더라
영순아 너도 그냥 한 번 가서 말을 해
니 속말을 그냥 해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너 혼자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말을 다 그냥 해
그럼 좀 나아지더라

영순이는 수긍했고 또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말했다
아마 난 내 생각으로 단 한 번도 영순이를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고 여기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영순이는 늘 언니였고 엄마였고 큰 어른였고
그래 난 늘 영순이에게 의지했고 위안을 얻었기에

말랐다
너무 말랐다
영순이를 가슴으로 안아봤다
갑자기 진경이의 말랐던 모습을 떠올리고
생일선물을 좋은 걸 해주고 싶었다
그래 가과 상관없이 좋은 것을 주인에게 달라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주고 싶었다
마음이 곁에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늘 기도 속에 영순이를 담고 있었다
매일 언제나
꼭 병원 가서 확인하고 연락 바로 서로 주자는 말을 남기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손을 잡았다 놓았다를 했다
멀어지는 영순이의 차를 한참을 지켜봤다

식탁에 가지런히 놓인 그가 싸온 모든 것에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영순위다
영순이는 늘 내게 생각 마음 행동 가슴에 영순위다
언제나

또 하나의 나의 엄마다

서로 건강히 마음 잘 다스리며 다음 만날 날을 기대한다
일간 곧 볼 그날을...


I love you from the bottom of my heart


영순이가 엄마처럼 고운 글씨로 써 챙겨 온 참기름과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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