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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Aug 28. 2020

변화에 적응한 첫날

변화에 적응하는 여린 몸짓


2020년 8월 27일 오후 3시
허공에다 대고 인사를 했다
온라인 강의를 연 첫날이다
EP도서관을 찾아가는 길이 서툴어 긴장을 했다
어쩜 길이 서툴러서 낯설어서이기보다는 온라인 첫 수업을 여는 마음이 퍽이나 낯설고 어색해서였을 것이다
이 마음을 아는지 반쪽이 식사하던 손을 급히 놓고는 나갈 채비를 한다

어디가
데려다주려고

외출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이 시간을 아끼려 집 모니터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했다
현관문을 열고 먼저 나가 반쪽이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부리나케 신을 신으며 엘리베이터에 섰다
단 둘만이 탐승한 채로 곧 지하 1층에 닿았다
차키를 누르자 딸깍 소리와 함께 멀리 세워져 있던 차의 헤드라이트 붉은 불이 들어온다
운전석에 앉은 반쪽이 노선을 검색한 티맵을 보려고 핸드폰을 연다

언제 검색했어
어제 당신이 묻길래 해뒀지

좋은 시간이다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셀렘과 기대와 긴장으로 목적지로 향했다
한 시간 이상이 걸려 EP도서관에 도착했다
EP도서관은 뉴타운으로 조성된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안내데스크에서
QR코드를 찍는다
안내에 따라 강의실? 아니 영상강의가 세팅된 룸으로 들어섰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H선생님 이하 관계직원이 정중히 인사를 한다
길 위에 인문학 첫 강의를 여는 날이고
더욱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는 날이다
1학기 내내 이런 서툼과 낯섦이 어려워 강의를 접었다
코로나 19가 주춤할 줄 알았는데 더 성해졌고 급기야 변화에 적응하는 길뿐이라는 선택지가 남았다

2학기 모든 강의 요청이 온라인이다
받아들여야만 했다
선택이 하나라면 이미 그것은 순응만이 정답이었다

3시 정각 화면으로 허공에 대고 인사를 한다
온라인 첫 강의
강의를 시작하자 이미 처음이란 사실을 잊는다
수십 년을 해온 강의의 시간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열과 성을 다해 내용마다 진심을 담는다
더러 수강자를 참여시키기도 하나 모두 수줍다
대답조차 없고 한 두 명이 그래도 열심히 네 대답을 한다
급기야 총책임자 H선생님에게 지문 읽기 하나를 부탁한다
어렵다
이렇구나
그래 비대면이 이리 소통이 어렵구나 여겨진다
허나 곧 자신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며 평소대로 강의를 진행한다
하나도 긴장하지 않는다
늘 하던 강의로 이미 마음이 편안해진다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90분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강의 소감이 올라온다

신세계예요
공부하는 것 같았어요
진짜 좋은 강의였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등 다양한 소감들이 보인다

다음에는 더 내용 하나하나에 또 자신의 마음에 정직과 성심을 다해 강의를 준비하자 다짐한다
돌아오는 길 배가 많이 고프다
기다려준 반쪽이 90분을 기다리며 산책했다던 한옥마을에 잠시 들른다
힐링이다
둘이 이 얘기 저 얘기 나눈다
반쪽은 묻지도 않는다
강의 잘했어라고
왜 묻지도 않아 하자 답이 더 걸작이다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인데 뭘 물어
무한 신뢰다

감사합니다
인도하시고 동행하시고 지키셨음을 믿습니다
그래 늘 위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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