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다
동대문역 1번 출구에서 오르막 길을 올라가면 창신동이 나온다
다닥다닥 붙은 낡은 연립주택들 사이로 거미줄처럼 전깃줄들이 이어지고
가난한 사람들이 해거름의 막걸리 잔을 비우는 가게들을 지난다
낙산공원까지 이어지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그 길 끝 어디쯤
사대문 안 제일 높은 곳 옥탑방에 네가 살았다
캔 맥주 몇 개와 과자 부스러기를 담은 봉지를 들고 너를 만나러 숨찬 오르막을 올랐다
해가 떨어지는 창신동 옥탑방 평상에서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운 그 옥탑방에서
너와 나는 흘러가는 청춘의 시간을, 붉게 물들어가는 서로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