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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Jul 20.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102

바라본다


동대문역 1번 출구에서 오르막 길을 올라가면 창신동이 나온다

다닥다닥 붙은 낡은 연립주택들 사이로 거미줄처럼 전깃줄들이 이어지고

가난한 사람들이 해거름의 막걸리 잔을 비우는 가게들을 지난다

낙산공원까지 이어지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그 길 끝 어디쯤

사대문 안 제일 높은 곳 옥탑방에 네가 살았다

캔 맥주 몇 개와 과자 부스러기를 담은 봉지를 들고 너를 만나러 숨찬 오르막을 올랐다

해가 떨어지는 창신동 옥탑방 평상에서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운 그 옥탑방에서

너와 나는 흘러가는 청춘의 시간을, 붉게 물들어가는 서로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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