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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Mar 25.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41

존재를 인정하는 것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산책 나오니 좋아?  응 좋아!


다른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주 다퉜다

그녀는 나의 개인주의와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녀의 보수성과 신중함에 진저리를 쳤다

정치적 성향부터 종교관, 여행 스타일, 선호하는 음식까지 우리는 신기할 정도로 취향이 맞는 게 없었다

나는 자주 날카로운 말로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고 그녀는 냉담과 무시로 내게 대응했다

내일이 없을 것 같던 날들이 지나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서로에게 조금씩 포기하는 것들이 생기자 오히려 관계가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지...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서로 받아들이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싸우기 싫어서일 수도, 기대하는 것이 없어서일 수도 있었으나 어쨌든 더 이상 다툼은 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위기가 왔다 연이은 실패로 우울의 늪에 빠져 있을 때 그녀가 옆에 있었다

길고 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그녀와 나는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도 그녀와 나는 많이 다르다 여전히 각자 다른 취향의 간격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는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 바른 표현일 것 같다

극복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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