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깊고푸른 Apr 29.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66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야..

그날.. 길 위에서 너는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지

가까운 것, 힘 없이 늙어가는 것들은 다 사랑하라고...

집사 간택의 순간...

원주에서 잠깐 살 때의 이야기다

앞집 이장님 댁 할머니는 집에 찾아드는 동물들에게 워낙 친절하고 살가우셨다

그래서 할머니 곁에 동네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이 항상 쫄랑쫄랑 따라 붙었다

심지어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수탉 한 마리도 할머니네 마당에 둥지를 틀었고, 그러다 보니 이장님 댁은 흡사 작은 동물원과 같았다 


유난을 떨지는 않지만 무언가 베푸는 할머니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늘 따스한 정이 깃들어 있었다

"에잇 이것들 귀찮아 죽겠네"라고 하시면서도 호미질을 멈추고 잠깐 쉬실 때는 늘 그 아이들을 쓰다듬고 안고 어루만지셨다

그걸 알아서인지, 사람만 보면 인상을 찌푸리며 짖어대는 송아지만 한 리트리버 워리도, 험상궂은 셰퍼드 킹이와 콩이도 할머니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다

이름처럼 재롱이 많았던 강아지 재롱이와 백설이,  집안을 드나들다 언제부터인가 안방을 차지해 버린 길고양이  나비와 삼순이와 그 새끼들..

할머니는 집안을 드나드는 짐승들에게 하나하나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직관적인 이름을 지어주시고는 무심한 듯 툭툭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해주셨다 

사랑은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은 받는 이가 결국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할머니는 조용히 행동으로 보여주고 계셨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6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