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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May 12.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74

점점 희미해지기보다 한순간 불타오르는 빛이 되고 싶어

커트코베인은 록의 시대를 다시 열었고, 스스로 다시 닫았다
김광석 역시 포크의 시대를 다시 열었고, 스스로 다시 닫았다 

커트코베인과 김광석이 세상을 떠나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나의 청춘도 막을 내렸다

너흰 어떤 노래를 듣니? 청춘의 날들에...

1994년 4월 5일

나는 새롭게 출범하는 총학생회 출범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몇 주 전, 출범식 당일 인근 다른 대학에서 낮시간에 김광석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녁 시간에 잠깐 와서 노래를 해줄 수 없느냐고 김광석 측에 무작정 섭외를 넣었다

예산이 별로 없어 출연료를 많이 드릴 수 없다고 했는데, 김광석 측에서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빠듯해서 다섯 곡 정도만 노래를 부르고 가도 된다면 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너무 작은 출연료라 설마 김광석이 승낙할까 했는데 의외로 쉽게 확답을 받고 나니 얼떨떨할 지경이었다

교내는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이 잘 보이는 곳에 플래카드를 걸고 홍보를 했다

행사 당일 야외무대에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적어도 삼천명은 족히 될법한 인파가 몰렸다

출범식 행사가 늘어져 약속된 시간보다 30분이 늦게 김광석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원래 세곡의 노래를 부르고 중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남은 두곡을 부르게 되어 있었는데, 공연이 시작되고 다섯 곡을 내리 부르길래 서울로 올라갈 시간이 빠듯해서 그렇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섯시 반이 넘어 시작된 김광석의 노래는 아홉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서울로 올라가기를 포기하고 두 시간이 넘게 콘서트를 했던 것이었다


성공적인 출범식을 자축하는 뒤풀이가 끝나고 자취방에 쓰러져 시체처럼 잠을 잤다 

다음 날 점심때가 되어서야 배가 고파서 일어나 밥을 먹으러 학생식당에 갔다 

식판에 밥을 담고 있는데 TV에서 너바나의 커트코베인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그 뉴스를 보았다


커트 코베인과 김광석이 떠난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시애틀, 리바이스 청바지와 선글라스, 갈색 코듀로이 코트 그리고 일렉 기타를...

학전 소극장, 흰 티셔츠와 체크무늬 남방에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Smells like teen spirit'과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내 청춘의 날들을 가득 채웠던 그들의 목소리를 

나는 여전히 그리워한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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