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새벽볕 으깨어 내리니, 방위 잃은 파랑이 켜켜이 침전하네.
풀 초 부수(艸)에 볼 감(監) 자가 합해져 ‘쪽 람’이 됩니다.
볼 감(監) 자에는 ‘거울삼다’, ‘비추어 보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풀 초 부수가 붙으며 하늘을 비추는 풀이라 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
시구를 지을 때 새벽하늘을 감춰둔 쪽이 염료로 풀어질 때 이제는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물들어 갈 파랑의 모습을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스승보다 나은 제자를 빗댄 표현인데, 한자 해석을 그대로 하면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 란 뜻이라네요.
천연염료로 사용되는 ‘쪽’은 대중적으로 ‘쪽빛’이라고 부르는 색의 원료입니다. 추출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푸른빛을 띠는데 감색, 남색, 청색, 옥색 등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쪽 염색법에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생쪽으로 찬물에 염색하는 생즙법, 잿물을 풀어 짙게 염색하는 반물법, 쪽 침출물에 굴 껍데기 등을 태운 재와 혼합한 뒤, 침전시켜 염료로 쓰는 니람법이 있다고 합니다.
이 중 전남 나주 지역의 니람법은 국가무형문화재 11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청대라고도 불리는 쪽의 꽃말은 ‘추억’이라고 합니다.
어릴 적에 한 번쯤은 꼭 풀을 빻기도 하고 물에 풀어보기도 하며 놀았었는데, 염색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런 꽃말이 붙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