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터스 갤러리 #4. 매번 여주인공에게 푹 빠져버리는 여중생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중학생 딸아이의 작품을 하나씩 올리고 있습니다.
그림에 녹여진 그녀의 생각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그 마음이 함께 느껴져 세대공감의 순간을 맛봅니다.
한 번 빠지면 나오기 어려워 넷플릭스 서비스를 연장하지 않았다.
나도, 우리 애들도... 혈육 인정!
만사 제쳐두고 영화나 드라마에 몰입해서 그런가?
그때만큼은 시청 중인 드라마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아이도 드라마 속 캐릭터만 그렸다.
아직도 기억에 깊게 자리한 <미스터 션샤인>.
대사 몇 마디 없었으나 그 감정선의 깊이는 헤아리기 어려웠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걸 아이들 감성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학생 정도면 어느 정도 공감하더라.
신기하게도 첫째 아이는 드라마나 영화 속 여주인공에게 홀딱 반해버린다.
종영 드라마만 시청한 것은 아니다.
본방사수했던 <경이로운 소문> 역시 신선했다.
걸 크러쉬를 좋아하는 우리 딸들은 도하나 역할의 김세정 배우에게 열광했다.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라 동경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각 캐릭터들이 함께 의지하며
악의 세력을 처단하는 다소 심플한 스토리였으나
인간적인 면모와 영웅적 활약이 잘 어우러진 전개가
아마 열광 포인트였나보다.
드라마 못지않게 영화도 참 많이 봤다.
어벤저스 시리즈는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최근에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봤다.
매우 특이한 여성 캐릭터가 나온다.
조커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비주얼도 조커스럽다.
가차 없는, 막무가내의, 충동적인...
이런 형용사가 어울리는 할리 퀸이다.
빌런(악당)임에도 자꾸 맘이 쓰이는 이유가 뭘까.
역시 인간미가 느껴지기 때문인 듯하다.
이 감성을 아이들도 이해한 것일까?
그런데 가만 보니 여주인공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보였다.
일단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전투력을 가졌다.
싸움도 잘하고 무기도 잘 다루며 강한 멘털을 소유했다.
동시에 마음의 상처 뒤로 여린 마음도 숨겨져 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서 목숨을 건다.
(물론 할리퀸의 경우, 의도는 달랐으나 결국 선을 위해 함께 돕긴 했다)
이런 여주인공들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강하고 멋진 영웅이면서도
따뜻하고 섬세한 마음을 가진 여성의 삶을
잠시라도 살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얘들아, 마흔이 넘은 엄마도 사실 똑같아..."
나도 강한 멘털과 전투력을 갖추고 매사에 자신 있게 진취적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과 공감력으로 세상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나 역시 눈을 못 떼고 아이들 옆에서 함께 몰입했나 보다.
음.. 그런데 너무 완벽하잖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가능한 캐릭터인 것일까..
여주인공의 삶과 마음을 대신 느껴보는 간접경험의 기회라
막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넷플릭스 재구독을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앞으로 어떤 드라마, 어떤 배우에게 마음을 뺏겨
그림으로 남길지 살포시 기대된다.
m.Cla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