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는 다가오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갈팡질팡하는 우리 딸 T에게.
자유 학년제 운영으로 중학교 1학년 내내 시험을 보지 않았던 네가 2학년이 되어 처음 시험이란 걸 보게 되었지. 그 충격은 쉽게 잊히지 않을 거야. 그러나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단지 시험이라는 것에 익숙해질 기회가 없었으니까.
엄마 초등학생 때에는 6년 내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었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조금씩 시험이라는 것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지. 그러나 너희는 초등학생 6년 내내 시험이 없었잖니.
중학생이 되어서도 사교육에서나 레벨테스트 혹은 평가 같은 것이 있지, 학교에서는 몇 개 과목을 진중하게 테스트받을 기회가 딱히 없었단다. 수행평가는 있었지만 아마 중간 혹은 기말고사와 느낌이 아주 다를 거야.
그러던 가운데 중2가 되어 갑자기 훅 들어온 내신시험. 하지만 첫 시험부터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에 중간고사로 타격받고 기말고사로 제대로 현타 받았으니 조금 혼란스러워하는 네 모습에 엄마가 공부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단다.
공부... 엄마도 중고등학생 때 깊이 있게 공부했다고는 말하기엔 좀 찔린다. 알다시피 엄마는 할머니를 간병하느라 시간을 잘 안배하여 학교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공부라기보다는 가성비에 치중한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무슨 말인고 하면, 학원 갈 여유가 없었고 집에서 하는 공부 시간 역시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야만 했거든.
그러고 보니 간병으로 가득했던 내 스케줄 사이에 틈새 내신 준비했던 나나, 학원 다니는 시간들로 꽉 찬 네 스케줄에서 몇 안 되는 너만의 시간을 모아 모아 내신 준비하는 우리 딸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
시간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
여유가 많다는 생각에 오히려 늘어질 수 있거든.
그럼 지금부터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내신을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는 비법을 엄마가 알려줄게.
1) 과목별로 어떻게 공부를 하지?
[영어]
요약 : 본문 그냥 다 외워.
- 본문을 달달 외운다.
- 학교에서 나눠준 프린트물이 있으면 그것도 달달 외운다.
- 교과서 출판사에 해당하는 내신 문제집을 사서 푼다.
-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으면 풀어본다.
[수학]
요약 : 교과서 문제부터 확실하게 다 풀어.
- 교과서에 나온 문제는 다 풀어보고 오답을 철저히 체크한다.
- 학교 프린트물이 있으면 교과서 문제만큼 철저하게 풀고 모르고 넘어가는 문제가 1도 없도록 한다.
- 내신 문제집을 사서 푼다.
-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으면 풀어본다.
[국어]
요약 : 국어도 암기다.
- 교과서를 중심으로 필기한 것을 여러 차례 보며 외우다시피 하고 시 혹은 짤막한 단문은 외운다.
- 학교 프린트물이 있으면 역시 외운다.
- 내신 문제집과 기출문제를 풀어본다.
국영수는 그냥 비슷하다고 보면 돼.
즉, 하루아침에 성적이 높게 나오기보다는 꾸준히 깊게 공부해야 성적이 서서히 오르는 과목이라고 볼 수 있어. 그러나 쉽게 오르지 않는다고 포기하면 더더욱 안돼. 느긋하게 더디게 그러나 꾸준하게 준비하면 된단다.
그러나 사회나 과학은 공부방법이 조금 다른 것 같아.
[사회와 과학]
요약 : 나만의 암기 노트를 만든다.
영어 같은 것은 본문을 그냥 통째로 암기하면 되지만, 사회나 역사는 워낙 범위가 많이 통째 암기가 어렵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준비해봐.
- 수업시간에 했던 내용을 복습한다는 생각에 충분히 이해하며 정독한다.
- 정독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키워드를 다른 종이에 정리한다.
- 대단원과 소단원도 표기하면서 시험 범위를 한 두 장으로 압축한다는 생각으로, 대표되는 단어나 문장을 노트에 적어 내려간다.
- 한 단원을 정리하면 대략 1장~2장이 나올 것이다.
- 시험 범위를 이렇게 몇 장으로 요약하는 것이 끝나면 문제집에 나온 개념 요약 부분과 비교해본다.
(이는 내가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치중하여 정리했던 것을 바로 잡는 검증 과정이다.)
- 검증이 끝나서 제대로 압축하여 정리했다고 판단되면 적게는 두 세장, 많게는 대여섯 장으로 정리된 노트를 이제 달달 외운다.
- 툭 치면 주르륵 나올 정도로 외운 게 끝난 후, 학교에서 나눠준 프린트(있다면)를 보고 또 외운다.
(이 때는 중요한 키워드를 이미 외웠기 때문에 복습하는 기분일 것이다.)
- 해당 교과서의 내신 문제집을 사서 풀어보고 내가 외우지 못했던 구멍을 찾아 메꾼다.
-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으면 다 풀어보고, 다른 학교 기출문제도 있으면 풀어본다.
- 과학의 경우 계산 문제가 나올 수 있으니 기출문제를 더 많이 풀어보면 도움이 된다.
나만의 암기노트 정리 예시<나만의 암기노트> 정리법
나만의 암기노트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야.
비단 사회, 과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과목, 혹은 정리하고 싶은 책도 이렇게 하면 되거든.
엄마는 요즘도 이런 방식으로 정리하여 서평을 쓰고 포스팅을 한단다.
이렇게 정리본을 보는 것 혹은 외우는 것은 압축된 글을 여러 번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란다.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엄마의 경우 이 방식으로 대학 학부, 심지어 대학원에서도 통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꽤 높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된다. 너도 잘 활용하길 바래.
2) 언제 공부를 하지?
공부는 최소한 몇 시간이 확보되어야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란다. 1시간이든 40분이든 주어진 시간에도 충분히 위 방법으로 정리하고 문제를 풀 수 있어. 오히려 '30분 내에 3장을 풀어야지.'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잘 이용하면 언제 다 했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 끝날 수도 있단다.
최소한 2~3시간은 있어야 시작한다는 마음은 버리고 1시간 내외라도 쉬운 목표를 세워 나중이 편해진다는 생각으로 짧은 시간을 잘 활용해봐.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해내려고 하면 집중력이 높아지는 훈련이 될 수도 있거든.
그리고 엄마가 늘 당부하고 싶었던 것이 있어.
제발 빈둥빈둥 놀다가 조용한 새벽에 시작하자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어.
다음 날의 맑은 정신을 위해서는 12시에는 꼭 자야 하는 것 같아.
날 잡고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날이 연속된다면 다음 날 수업에 분명 지장도 있고 시험공부 효과도 좀 떨어지게 된단다.
그래서 밤 12시 전으로 마칠 수 있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공부하는 연습을 늘 했으면 좋겠어.
3) 왜 공부를 하지?
왜 내신 공부를 하니?
너에게 내신 성적이 무슨 의미인지 엄마도 궁금하단다.
그냥 하란다고 하는 게 아니라, 성적이 좋을 때 너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먼저 생각하고 임하면 분명 결과도 다를 것 같아.
남이 시키면 괜히 하기 싫잖아. 하지만 내가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해당 점수로 갖고 싶은 걸 엄마와 딜 한다던지, 그냥 내 만족으로(내 능력의 한계를 체험해보겠다던지) 준비하는지, 가고 싶은 고등학교가 있어서 그것을 준비한다던지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어.
그중 너는 어떤 이유로 내신 공부를 준비하고 어떤 목표를 가져갈 것인지 미리 고민한 후에 시작하는 걸 권한다. 이러한 도전이 나중에는 여러 기회로 느껴져서 매번 신나게 준비할 수 있는 그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공부법에 대해 엄마의 노하우를 나눠준 시간이 되었구나.
앞으로 남은 중학교, 그리고 다가오는 고등학교 시절은 정말 후딱 지나가게 될 것 같다.
그 시간들을 미리 디자인하고 만나게 되면 지금껏 끌려다니던 기분에서 스스로 주도하는 기분으로 바뀌지 않을까? 친구랑 노는 시간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꼭 포함시키되, 내 계획을 침범받지 않는 선에서 친구들과 짤막하게 사이사이 놀면 그 시간이 더 달고 맛나게 느껴질 것 같고 말이야.
아까 졸린 눈을 비비며 학원에 간 너를 생각하면 지금도 참 짠하단다.
학원에서 커버해주는 과목도 있지만, 학원의 힘을 빌리지 않는 과목의 경우 혼자 걱정만 하지 말고 이 글에서 팁을 얻길 바래.
살아가다 보면 학원의 도움 없이 해내야 하는 것도 많거든.
내가 스스로 정리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그 과정을 지금부터 조금씩 연습해두면 분명 너의 노하우를 또 만들 수 있을 거야.
내신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우리 딸이 얼마나 시도해보고 노력했는지 엄만 그것만 지켜보며 조용히 응원할게.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봐!
- 내신을 앞두고 걱정이 늘어진 딸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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