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결코 찐따가 아니야

현명한 인간관계 만들며 성장하기

by 메신저클레어

이번 중간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더니 다짜고짜 네가 한 말에 엄마는 조금 충격을 받았단다.

"엄마가 친구관계 다 끊었잖아요, 저 이제 찐따 됐어요."


찐따라니.. 친구가 없다는 뜻으로 말한 것 같다.

요즘 부쩍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 것 같긴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오늘은 친구관계, 더 나아가 바람직한 인간관계에 대한 엄마의 생각을 나누고 싶구나.






엄마 키를 따라잡은 우리 중학생 큰 딸 T에게.


"엄마, 친구가 스카(스터디 카페) 가자는데 당연히 같이 가도 되죠?"

"안 돼."

"왜요? 내신인데 놀지 않고 공부할 거예요. 같이 해야 잘 된단 말이에요."

"공부는 혼자 하는 거지, 어떻게 같이 하게?"

"외운 거 서로 물어보면서 구멍을 찾을 수도 있고, 내가 더 많이 알면 가르쳐주면서도 내 공부가 되니까요."

"구멍 찾는 것도 혼자 파악하는 방법을 찾아봐. 다시 말하지만 공부는 같이 하는 게 아니라 혼자 하는 거야."

"........."


1학기 중간고사 때 스터디 카페를 서너 번 갔었더랬지.

사실 그때 엄마는 스카가 뭔지도 몰랐거든. (그냥 도서관 간 줄 알았어!)

1학기 기말고사 때부터 못 가게 했더니 딱 한번 갔던 걸로 기억한다.

2학기 중간고사 준비하면서는 엄마가 지난번 브런치에 발행한 <혼자 내신을 준비하는 법>을 그대로 적용해서 원하는 성적을 얻었고, 물론 스터디 카페는 한 번도 가지 않았어. (엄마말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네가 만족하길래 모든 게 평탄한 줄 알았단다.


그런데 엄마가 친구와 노는 것 자체를 막아서 성적이 좋아졌다는 인과 관계를 스스로 만들어버리고 그 틀 안에 순응하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어.

엄마를 살짝 원망하는 감도 있었으나 성적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으니 약간 체념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 묘한 분위기를 뭐라 설명하기 힘들더구나.

물론 친구와 노는 시간을 줄여서 혼자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공부 때문에 친구와의 관계를 아예 포기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인 것 같아.


좀 더 깊이 들어봤어야 했지만, 일단 스터디 카페에 가자고 하는 몇 안 되는 친구들의 제안을 자꾸 거절하니 이제는 너에게 뭘 같이 하자는 친구가 없다고 하는 논리였어.

그래서 내신 끝나는 날 삼삼오오 약속을 잡고 롯데월드를 가거나 영화를 보는 등 이벤트를 만들어 시험 해방 날을 즐기는 분위기에서 넌 한걸음 물러서 있었지.

그리고 네가 시험 끝나고 하고 싶은 게 남산타워 가서 자물쇠 걸기, 경복궁에서 한복 입고 사진 찍기라며 같이 갈 친구가 없으니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사실 엄마는 아주 잠깐 마음이 아팠어.

정말 내가 이렇게 만든 것일까?

그렇다고 친구관계 유지를 위해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분위기로 굳이 바꾸는 행동은 하지 않을게.

진정한 친구는 각자 공부하더라도 여가가 생기면 결국 함께 즐기고 성장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친구에 대한 개념을 한 번 짚어보자꾸나.



1. 친구가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법


먼저 너와 친한 친구라면, 네가 혼자 공부하고 싶다고 의견을 제시할 때 수용해 줄 거야.

함께 공부하고픈 욕구가 너무 커서 네 의견을 묵살하면서까지 같이 공부하자고 조르는 친구는 일방적이므로 조금은 거리를 두고 대화 해보길 바래.

이때 네가 그 친구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단다.

기분 나쁘지 않게 너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 매우 중요해.

살짝 기분이 상했더라도 너의 진심이 닿는다면 다시 친한 친구로 돌아오거든.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너의 입장을 말해봐.



2. 먼저 다가서는 용기


늘 말이 없는 너는 먼저 다가와주는 친구들에게 소극적으로 응대하는 수준으로 관계를 맺어온 것 같아.

사실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거야.

내가 먼저 다가가는 적극성도 갖춰야 친구를 얻을 수 있거든.

언제나 수동적인 태도는 친구에게 오해를 사기도 하고 네 마음과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거절당하면 어때.

거절이 무서워서 먼저 손 내미는 행동을 자꾸 뒤로 미룬다면 좋은 친구를 눈앞에서 놓쳐버릴 수 있단다.

거절당하면 더 좋은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먼저 다가가는 연습을 해보자.



3. 갈등은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효과


친구랑 싸우면 꼭 그 관계가 깨질까?

다툰 후 오히려 서로 더 가까워지는 경우도 많단다.

즉, 서로의 오해를 풀고 나면 더 끈끈한 우정으로 발전한단다.

결국 성숙한 친구 관계가 되지.

그러니 깨질까 봐 다툼을 무조건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아.

친한 친구면 깨지기보단 더 가까워질 확률이 높으니 갈등을 마주하는 용기를 가지자.

그리고 다툼이 생기면 더 나은 관계를 위해 현명하게 풀려는 노력을 해보자.



4. 가끔 손절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친한 친구라 생각했는데 왠지 자꾸 너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일방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결국 네가 지치는 순간이 올지도 몰라.

너도 그러면 안 되겠지만, 관계상 이기적인 캐릭터가 분명 어디에나 있거든.

그때는 과감한 손절도 필요한 것 같아.

무조건 참고 다 받아주는 게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무척 잘못된 것이야.

일방적인 희생이 반복된다면 절대 건강한 관계라고 볼 수 없거든.

하지만 다른 친구가 없다고 이 친구라도 유지하기 위해 꾹 참고 그 굴레에서 못 벗어난다면 더 큰 희생을 치르게 된단다.

이건 데이트 폭력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야.

네가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되더라도 이런 희생을 강요받게 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관계 손절이 필요함을 명심해.

남자든 여자든 서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이가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 감정적으로 지치고 힘든 일상이 반복된다면 거리를 두는 것이 더 낫단다.






평소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유하게 하되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되 과친절은 아닌지(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거든), 나도 모르게 무례하진 않은지(너무 편해서 습관적으로 예의를 잊을 수도 있거든), 또 어떤 형태로든 불편하게 하는 언행을 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모두에게 천사일 필요도 없고 악인일 필요도 없어.

기본을 지키면서 자신의 입장을 현명하게 그러나 분명히 표명하는 것은 건전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첫 단계인 것 같아.

또한 친할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길 바래.

그리고 친구든 누구든 나랑 관계를 맺은 사람과 늘 건강하고 성장하는 관계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단다.

나를 지킬 줄 아는 성숙한 인간관계가 훌륭한 친구를 곁에 두는 비결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딸은 남에게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 행동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아직 이런 노력도 해보지 않았는데 친구가 있다 없다 말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고 말이야.

즉, 뭘 해본 것도 없이 친구가 없는 찐따라고 스스로를 단정하는 건 성급하다는 거야.

여러 다양한 노력을 해보고 관계 형성을 위해 많은 아픔을 겪어본 이후에 친구가 있다 없다를 논해보자.


사실은 찐따 생각 덕분에(?) 중학생임에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준 우리 딸이 너무 고마웠어.

가족들이 총출동해서 남산타워와 경복궁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친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보낸 시간이 아니라, 우리 딸이 선택적으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믿을게.

그리고 이제부터는 좋은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곁에 두기 위해 성숙한 인간관계 만들기 연습도 조금씩 해보자.


- 늘 밝은 얼굴과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 만사형통하다는 말을 해주고픈 엄마가 -




경복궁에서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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