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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신저클레어 Nov 04. 2022

부동산 실패 경험이 나에게 남긴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낙엽이 제법 떨어진다.

가을을 밟으며 겨울을 느낀다.

어쩌면 TV나 유튜브만 보면 들리는 금리 인상, 급변한 주식과 부동산 시장, 살기 팍팍해진 물가 소식에 이태원 참사로 먹먹한 마음까지 더하여 추운 겨울을 더 빨리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주변에 몇몇 지인들이 전세가 안 나가거나 매도가 안 되는 등 집 문제로 우울해하고 있다.

조심스레 힘내라고 말해준다.

왜냐면 나도 그런 때가 있었고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면 정답은 아니지만 해답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라 한다.

위로도 되고 동병상련도 느끼며 희망도 갖게 된단다.

오늘은 그 얘기를 나눠볼까 한다.


AbsolutVision@pixabay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늘 이맘때가 되면 그때가 생각나는 계절적 내음을 느낀다.

사계절은 반복되니 매년 떠오를 수밖에 없다.


나는 공격적 투자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직전, 통 큰 레버리지를 통해 강남 3구에 국평 아파트 한 채와 뉴타운 빌라 한 채를 소유하게 되었다.


아파트는 빌라를 사면서 팔고자 내놓았고, 그때까지의 분위기상 바로 매도될 줄 알았다.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도 집 보러 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모든 매체는 금리인상과 더불어 집값이 추락하고 있다는 불안한 소식만 들려줄 뿐이었다.

뜻하지 않게 매달 이자비용만 엄청난 규모로 은행에 바치고 있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나는 전공보다 부동산 논문을 더 잘 쓸 수 있을 정도로 매일 부동산 뉴스를 수집하고 매도를 위한 고민만 했다.

이 상황에서 전공 공부가 머리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일단 이자비용을 감당하기에 외벌이 배우자 월급으로는 터무니없었다.

아침에는 대학원 수업을, 오후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육아를, 저녁에는 살림을, 밤에는 애들을 재워놓고 대학원 과제와 퇴사한 회사에서 받은 리서치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자비용을 만들었다.

알바는 보통 단기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알바가 없을 때에는 매달의 이자를 마련하기 위해 아깝지만 손해 보며 보험을 깼다.


지금은 다행히도 (기독교인이 되어) 종교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아 회복하여 지난 일을 웃으며 반추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내가 아는 모든 신들을 우리 집 베란다로 초대했다.

아침마다 정수를 떠놓고 베란다 앞에서 눈을 감고 빌었다.

(당시 절에 다녔기 때문에 부처님부터) 부처님, 하나님, 예수님, 성모마리아님, 알라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모든 신들 들으소서...

저를 이 위기에서 구해주세요!


아마도 고작 서너 시간이 수면시간 전부였을 것이다.

안 그래도 물리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충분한 수면까지 취하지 못하니 멘털 유지가 더 힘들어졌다.

매일이 전쟁 같았고 일상이 위기였던 그 해.

10월이 고비였고 그래서 이런 가을 내음이 코끝을 스치면 그때가 어김없이 떠오른다.




내가 힘들어했던 그 문제로 현재 힘들어하는 지인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서 그 마음을 공감해주면, 마치 인생 선배를 만난 듯 반색하며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그러나 워낙 각자의 사정이 다르니 뚜렷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런 타격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내 얘기를 통해 본인의 마음을 조금은 어루만지는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자기돌봄을 강의하는 내 취지와도 부합하는 모습이다.


매일이 괴롭지만 결국 이 또한 지나가니까 우선 건강을 챙기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를 부정하지만 말고 그렇다고 희망 회로만 돌리지도 말며 자신의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피해 최소화를 시도하라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그 손해가 수치스러운 낙인이 될까 봐 그저 피하려고만 하면 더 큰 손해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손해를 줄일 수 있었으나 욕심으로 인해 정말 큰 손해로 처분했기 때문이다.

버틸 수 있는 금전적 근육이 있다면 몰라도, 난 그런 것도 없으면서 본전 회수 욕심에 여러 매도 기회를 놓쳤다.


한 달에 생활비 8만 원으로도 살아봤다.

아이 둘을 키우며 어떻게 하면 가성비 좋은 육아와 교육 방법을 택할지 공부하게 되었다.

이전에 부동산 거래상 1~2천만 원을 가볍게 알았던 나의 자만심도 깨질대로 깨져 김승호 회장님이 말씀하신 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경험적으로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금전적 손해 혹은 투자 실패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첫 투자 실패를 좀 크게 겪은 셈이다.

그러나 손해나 실패를 왜 '교육비'라고 말하는지 이제야 이해한다.

덕분에 참 많은 것을 배웠고 다행히 난 편안해졌다.


단 한 가지, 후회가 있다면 투자 실패 이후 재도전을 무서워했다는 것이다.

한 번 실패하고서 내 생애 이 분야는 내가 할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아픔이 너무 커서 덮어두고 싶은 심리도 작용했으리라.


하지만 실패 경험은 다음 도전의 성공 근육이 된다.

나는 다음 도전을 쉽게 포기했고 그럼으로써 그동안 성공의 가능성마저 덮어버렸다.

그것이 제일 아쉽다.


부동산이 다시 상승하면서 나의 투자 생채기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10년 당시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며 평생 아무도 집을 사지 않을 것 같던 분위기가 몇 년 만에 다시 살아나서 내가 헐값에 팔았던 집들이 몇 십억씩 오르는 걸 보고 깨달았다.

반복되는구나...!


실패와 성공은 쌍둥이 같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언젠가 맛볼 성공의 크기는 더 커진다.

대신 도전이란 것을 계속해야 성공의 기회도 거머쥘 수 있다.

이걸 깨닫기까지 그 오랜 시간과 크나큰 교육비가 들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내 얘기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 조심스레 남겨본다.


우리는 투자라는 시도를 했던 멋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매번 성공만 하기는 힘들다.
한번 실패했다고 아름다운 도전마저 폄하하지는 말자.

기회는 언제나 있다.
일단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현재를 현실적으로 재세팅하여, 공부하면 얻을 수 있는 다음을 준비하면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m.Cl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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