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구속력

ENFP 자유로운 딸내미 키우기 프로젝트

by 메신저클레어

생애 역대급 프로젝트가 나에게 찾아왔다.

ENFP 아이 키우기.


첫째 아이는 나와 비슷한 ISFP이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겠으나, 거울 보듯 내 모습이 보이니 가끔은 얄밉다.

그래도 이해가 되니까 참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 둘째는 P만 빼고 모두 다른 성향의 ENFP이다.

ISTP인 나로서는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MBTI 유형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언제나 아가 같은 나만의 비타민 막내딸 J에게.


요새 엄마가 널 조금씩 이해하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우리 딸에게 상처를 줬구나 느꼈단다.

먼저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할게.

누구는 수학 선행으로 어디 한다는데 넌 선행은커녕 현행도 안 하냐는 둥, 이제 곧 중학생인데 숙제도 안 한 채 잠이 오느냐는 둥 누군가와의 비교로 마음을 아프게 했던 엄마의 언행들 말이야.

최근 성격 유형 검사(MBTI)에 따른 유형별 특징을 나열한 전문가의 설명을 보고 엄마는 경악을 했단다.

ENFP인 너를 키우며 내가 얼마나 지혜롭지 못했고 너에게 비수만 꽂아왔는지 마음이 아팠어.


일단, ENFP는!

공부하기 가장 불리한 유형 중 하나이며, 자존감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하더라.

무엇보다도 경쟁이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니, 그동안 비교 비슷하게 해 왔던 말들이 상처로만 남았겠구나 싶다.

다양한 관심사가 있고 자신만의 독창성이 있는 이 성향에게 '이를 무시하는 부정적이고 단언적 표현'이 매우 좋지 않다하던데 난 거의 널 학대하며 키웠구나 반성이 되더라고.

ENFP는 일정한 틀 안에 가둬두면 부작용 생길 확률이 가장 높은 성향이라며 뭘 하든 스파르타식 보다는 "괜찮아, 한 번 해봐."하고 우쭈쭈 격려를 하라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어.


그렇다고 미안한 감정만 계속된 것은 아니었단다.

성향이 이렇다고 해서 확 풀어 키우면 좋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말이야.

성격 유형은 참고만 할 뿐이지 기본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올바른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것 같아서 엄마는 그렇게 하지 않을래.

고민이 시작되었지.

우리 딸에게 자유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초등 고학년 수준에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너는 부쩍 중학교 1학년 1년 동안 유학 보내달라고 조르고 있어.

자유 학년제 기간 동안 차라리 해외 경험을 쌓아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다는 게 너의 명분인 것 같아.

하지만 주어진 숙제를 다 못하는 날이 쌓이고, 그걸 다 해내려 해도 잠과의 싸움에서 늘 지고 마는 너는 요새 이 모든 압박에서 벗어날 도피처를 찾고 싶어 하는 듯 보였지.

마침 외국 살다 온 친구들에게 외국 학교에는 숙제가 없다고 얼핏 듣고 언제부턴가 유학을 동경하기 시작한 것 같아.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 깊어지는 게 눈에 보였거든.


그러나 J야.

진정한 자유는 나를 압박하는 나만의 루틴을 떠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

오히려 내 루틴을 잘 지켜내면서 얻어내는 허용적인 범위 내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들이 달콤한 자유가 아닐까!

쉽게 말해서, 내가 오늘 계획한 루틴을 학교 숙제와 수학 문제집 2장이라고 해보자.

해야 할 루틴을 미리 해두면 이후 하고 싶은 것이 생길 때 엄마는 매우 허용적인 태도로 긍정적인 지지를 보낼 거야.

그런데 간단한 루틴이라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하고 싶은 것들만 요구한다면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엄마의 허용적인 태도가 과연 가능할까?

간단한 루틴을 하기만 하면 매우 큰 자유를 얻는데 말이야.

오히려 그 루틴을 하지 않은 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만 먼저 하길 원한다면 허용의 범위 자체가 생각보다 작아질 수도 있어.

음.. 아직도 좀 어려울 수 있겠네..


할 일 빨리 하고 정말 제대로 노는 것과, 할 일을 남겨두고 눈치 보면서 노는 것 이렇게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까?

그래서 할 일 끝낸 이후 제대로 노는 맛을 본 아이는 아마도 그날의 루틴부터 마치려고 집중력을 높일 거야.

우리 딸이 놀면 정말 창의적이고 제대로 노는 것으로 유명하지.

하지만, 루틴 그게 뭐라고 그거 좀 안 했다고 정말 멋진 활동이나 놀이도 이제 그만하라는 제지와 비난을 받은 적이 많으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란다.


진정 자유를 누리고 싶니?

엄마는 많이 바라지도 않는단다.

네가 자기 주도적으로 하루 루틴을 조금만이라도 정해봐.

그리고 그것부터 먼저 마무리하는 연습을 매일 한 번 해보렴.

이후 네가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고, 그것을 직접 느끼고 즐겼으면 좋겠어. 그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생각이 든단다.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 나를 정비하고 루틴을 유지하는 것, 즉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매우 지혜로운 구속력이 필요한 것 같아.

우리 딸 J는 아이디어가 많은 만큼 앞으로 흥미진진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걸 다 누리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생활이 필수란 걸 늘 염두하자.

그리고 항상 엄마가 널 믿고 지지한다는 것도 잊지 말길 바래.

최대한 ENFP를 즐겨봐!


- 자유의 비밀을 알게 된 우리 J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 벌써부터 설레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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