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는 단조로운 일상을 영화로 만드는 비결
요즘 드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중학생 T에게.
올해 교내 자율 동아리인 밴드부 결성으로 인해 너와 드럼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지.
스틱을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네가 일단 드럼 파트에 지원했다고 했을 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영향이라는 걸 직감했어.
그 드라마에 나오는 스토리와 노래에 푹 빠지면서 드럼에 매력을 느끼는 너를 자주 봤거든.
일단 동아리 가입부터 한 뒤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레슨을 받아야겠다고 졸라댔어.
그런데 국어, 영어, 수학, 과학... 한 주가 학원으로 빡빡한데 레슨까지?!
없는 시간에 그냥 딱 한 달 기본만 배우기로 약속하고 첫날 레슨을 다녀온 너의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
엄마! 인생 취미생활을 발견했어요!
매일 학교와 학원에 찌들어 웃음기도 별로 없고 늘 기운 없이 시계추처럼 다니던 너였어.
그런데 어떻게 드럼 레슨 한 번으로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뿜으며 기뻐할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였지.
방학 때 한 달이라고 약속했던 레슨은 넉 달째 계속되었고 지칠 법도 했으나 점점 난이도 높은 기술을 배우며 기쁨도 커져가더라.
그래서 흥미로운 뭔가를 내 삶에 초대하게 되면 단조로운 일상에 큰 활력소가 되는구나 오랜만에 다시 느꼈단다.
왜 '다시' 냐고?
엄마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오늘은 흥미가 이끄는 유익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싶구나.
전에 얘기한 도전과도 비슷한 거 아니냐 물을 수도 있겠네.
도전에 대한 얘기가 내 역량을 위해 재미를 떠나 목표를 세워 시도해보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오늘 얘기는 가슴 떨리는 흥미로운 일(설레는 일)이라면 한번 경험해보란 얘길 하고 싶단다.
혹시 아니?
네 삶을 바꿔놓을 계기가 될 수도 있거든.
엄마에게 가슴 떨리는 일을 묻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시나리오를 쓰는 친구를 도와 영상을 만들었던 기억이란다.
연예인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교 연극영화과 석사생이던 엄마 친구는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일정 펑크를 낼 때마다 엄마에게 SOS를 하여 자리를 메꿔달라고 했어.
순전히 그 시간에 재미있게 놀자는 취지였어.
그런데 언감생심 연기자가 웬 말이야.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로운 세상이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비록 발 연기지만 너무나도 훌륭한 연극영화과 학생들과 깔깔대며 함께 했단다.
그때 그게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줄 아무도 몰랐지.
한 번 두 번 이런 일이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영상 제작 과정에서 오는 재미는 나의 따분한 일상에 비타민이 되어 활력으로 바뀌더라고.
그다음 촬영이 흥미진진해지고 나는 그때마다 또 하나의 페르소나를 얻는 듯한 기분이었어.
요즘 말로 부캐(또 하나의 캐릭터)로서 세상이 달리 보이고 설레는 마음을 느껴본 거지.
이 재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단다.
어떻게 나를 알게 되었는지, 다른 팀에서도 엑스트라 요청을 받았고 급기야 독립영화 주연으로 발탁까지!
정말 고민되었단다.
감독님과 스텝들 모두 일정 예산으로 진행할 텐데 내가 망친다면?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그때 엄마는 하나만 생각했어.
"가슴 떨리도록 설레는 일이니?"
나쁜 일 아니고 밑져야 본전인 거라면 내 삶에 또 하나의 조약돌을 던져보자.
한번 사는 인생 재미있게 살면 좋잖아!
출연에 응했고 엄마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단다.
엄마 빼고 모두 전문 배우 언니 오빠들이었는데 참 많이 배웠거든.(가끔 TV 드라마에 나와서 반가웠지)
사실 그 독립영화 찍을 때 감성이 부족한 엄마는 너무나 힘들어서 그 길로 연기는 접었단다.
연기라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지금도 연기자라는 직업이 정말 위대하고 부럽고 대단한 것 같다.
그때 친해진 감독님, 배우, PD님 등 스텝분들은 엄마 아빠 결혼식 때 촬영, 축가, 너희 돌사진, 우리 가족 리마인드 웨딩 사진 등 끈끈한 정으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어.
그리고 엄마 친구는 너희도 알다시피 유명한 다큐멘터리 작가님이 되어서 여러 상을 휩쓸고 있지.
너희 모르게 2~3년 전 그 친구 다큐 영상에 살짝 엑스트라로 출연한 경험도 있다는 건 비밀.
이렇게 설레는 뭔가를 발견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아.
왜냐면 가슴 떨리는 마음으로만 끝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 설렘을 느끼는 취미나 학문 혹은 업무가 있다면 꼭 지나치지 말고 경험해보길 바래.
아마 평범한 일상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계기가 될지도 몰라.
우리 큰 딸 T처럼 말이야.
그 힘든 학원생활을 하면서도 순간순간 드러머처럼 느낌 충만한 모션으로 입으로 손으로 노래할 때마다 생동감과 행복감이 느껴진단다.
그래서 드럼 레슨을 그만두고 싶어도(라이드가 힘들어서) 말을 못 꺼내겠어.
그저 AI같던 우리 딸이 즐기는 모습에 감격하고 공부 스트레스 풀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 같아 감사하더라고.
어느 정도 감정의 찌꺼기를 드럼으로 날려서 그런지 요즘 너의 생기 있는 낯빛에 엄마까지 즐겁단다.
나중에 커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가슴 떨리도록 흥미 있는 취미나 이벤트를 만들어보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이 훨씬 생기발랄해지고 신이 나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을 거야.
지금의 너처럼 말이야.
가끔 엄마는 단조로운 내 일상에 무슨 일을 초대하면 신이 나고 가슴 떨려서 자는 것도 아깝고 오늘도 내일도 그 일만 생각날까 상상해 본단다.
늘 '열심히'만 추구하며 살아가면 지치잖니.
주어진 삶에 감사하되, 지루함까지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말자.
물론 한 템포 쉬어가는 여행 혹은 휴식이라는 힐링도 아주 달콤한 일탈의 방법이겠지만, 흥미로 무장한 건강한 설렘의 시간은 내 삶을 더욱 윤기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거야.
- 기쁨으로 드럼을 치는 무아지경 T를 보며 더 행복해지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