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말 제가 합격이라구요?
5:31 PM. 저녁 시간이 되서야 잠에서 깼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지난 날 밤 엔돌핀으로 해소되며 오랜만에 푹 잤다. 일어나자 마자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켜고 몇 개 없는 문자를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주)000에 입사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차 서류 합격 안내드리며 2차 줌 면접 일자를 알려드립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놀란 마음에 잠시 숨 쉬는 법을 잃어버렸다. 문자를 한 번,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나서야 큰 숨을 내뱉고, 점차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합격을 했다고…?”
면접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회사 소개를 시작으로 편한 분위기로 가벼운 질문들을 던져주셔서 대화하듯 편하게 답변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긴장되었던 마음이 사라질 때 쯤 대표님꼐서 갑작스런 MBTI 질문을 던졌다. 문제는 내가 MBTI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다는 거다.
" 사실 제가 아직 MBTI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습니다.
만약 입사를 하게 된다면 테스트를 해보고 출근하는 첫날 대표님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제가 어떤 MBTI일지 궁금해졌습니다! "
40분 간의 긴 면접이 끝났다. 사실 오늘 면접을 본 회사는 취업 희망 순위가 가장 낮았다. 그런데 면접을 통해 대표님과 대화를 해보니 취업 희망 1순위가 되었다.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며 직급이 없는 곳, 주 1회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매달 리프레쉬라는 유급 휴가로 제공한다.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와 대표님의 쿨한 성격 모두 내가 상상하던 스타트업 그 자체였다.
이력서를 쓸 때, 면접 준비를 할 때 혼잣말을 너무 많이해서 하루 이틀은 집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면접이 끝나고 다음 날인가 바라던 회사에 최종 합격 문자를 받았다. 올해 운이 취업에 다 쏟아부어졌다보나. 나중에 대표님께 내가 왜 합격했는지 물어보았다. '지원자 중 구글 애널리틱스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당신뿐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뿌듯했다. 이 작은 스킬 하나가 나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해준 열쇠가 되어 준 것이다.
한껏 부푼 기분도 잠시, 2차 면접은 준비를 미처하지 못한 상황에 걱정이 몰려왔다. 면접이라면 아르바이트 면접이나 그나마 대학교 입학 면접 경험뿐이다. 대학교 면접은 너무 떨어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입고 갈 정장 하나 없는 이런 상황에 다행이도 면접은 줌으로 진행이 된다는 사실이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껏 끌어 올려 묶고, 양치질도 안한 상태로 책상에 앉았다. 어제 오랫동안 앉아있던 탓에 엉덩이가 아팠지만 이깟 고통쯤은 면접 탈락하고 느끼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면접 당일, 노트북 화면에는 누가봐도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내 얼굴이 비쳤다. 손에는 땀이 나고, 긴장한 탓에 물을 아무리 마셔도 목이탔다. 면접 담당자분들이 내 미소가 어색하다는 것을 알아채지 않길 바라며 면접 회의 참가 버튼을 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