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새벽, 창 밖에선 발정난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집 안에선 오로지 타닥타다다닥 노트북 타이핑 소리만이 가득하다. 건조해진 눈에 인공눈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며 나는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드린다. 하지만 바쁜 타이핑 소리와 다르게 모니터에는 제대로된 문장 하나 완성하지 못했다. 뇌가 멍한 상태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나가면 두 세 글자씩 지워나가기를 반복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모든 혼자해야 한다는 고독함이었다. 친구들은 아직 대학교 2학년이라 취업에 대한 경험도 감각도 없을 뿐더러 마케팅을 아는 주변 사람도 없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혹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점점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자신감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사회 경험이 없던 내게는 마케터 포트폴리오보다 자신을 정의하고 설득하는 자기소개서가 더 어려웠다.
“나아가고 싶으면 새롭게 도전하고, 나아가야 해요. 그 자리에서 머물며 끙끙 앓아봤자 실패해보지 않으면 이게 실패할 거라는 것도 모르거든요.”
지루하게 반복되던 하루들 중, 어느 날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찾던 중 이런 문장을 보았다. 맞다. 남에게 보여줄 이력서인데 나만 보고 있으면 좋은지, 나쁜지도 알 수 없다. 남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야 개선할 수 있다. 이 문장이 사그라든 나에게 다시금 용기를 주었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무작정 이력서를 제출해보기로 했다.
한 번 결심이 서니 쉽게 노트북을 닫을 수 없었다. 그 날 밤, 밤새도록 마우스 클릭과 타이핑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해가 밝아올 때쯤,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노트북을 닫고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