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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dip Oct 13. 2024

영어 이름은 처음이라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출근 첫 주에 웃픈 에피소드가 있었다. 우리 회사는 영어 이름을 쓰는데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이름 뒤에 님을 붙였다. 마케팅 팀 동료 던을 부를 땐 “던님~’이라고 한 것이다. 어느 날 퇴근 후 같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던이 나에게 심각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사 밖에서는 괜찮은데 회사 안에서는 언니라고 부르면 안돼요”
“네?”

  나는 한 번도 언니라고 부른 적이 없어서 굉장히 당황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헤어졌다. 집가는 길 내내 곰곰히 생각했다. 내가 언니라니 그런 상식없는 말을 언제 했을까. 출근 첫 주부터 안좋게 찍힌 건가. 말의 의도가 뭘까. 암흑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장정 3일 동안 내 머릿속을 헤집어놨다. 그러다 문득 유레카처럼 이 사건의 오해점을 찾았다.

  “저…저번에 언니라고 하는 거 조심하라고 하셨잖아요. 사실 저는 한 번도 언니라고 한 적이 없었거든요. 혹시 제가 던님이라거 부르고 있었는데 발음이 좋지 않아서 언니라고 들으셨지 않을까요?.”

  놀람과 웃음 섞인 던의 표정에 나의 걱정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이를 들은 다른 동료들도 누가 영어 이름 뒤에 ‘님’을 붙이냐며 다 같이 웃었다. 그렇게 3일 동안 날 괴롭히던 사건은 결국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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