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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자미상 Sep 03. 2019

고통

고통스러웠던 시간에 띄엄띄엄 썼던 글들이 SNS에 하나씩 올라온다. “2년 전의 추억”이라면서. 하나의 사진과 짧은 글이지만 그 날의 아픔은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그 고통은 나만 알 수 있다. 다른 이에겐 그저 생각 많은 사람의 생각의 조각일 뿐. 내가 아무리 그 고통을 자세히 글로 적어도 그날의 내 내면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 고통은 글의 형태로 바뀌었을 때 미화된다.


고통이 미화되어 글의 형태로 남들에게 보여졌을 때, 상대가 느끼는 내 고통의 정도는 실제보다 가벼워진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내가 너 같은 상황이라면 이렇게 행동할 거야” 라던지 “그건 네가 너무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거 아니냐” 같은 쉬운 훈수들을 날린다. 그것은 조언이라기보다는 마음에 박는 말뚝에 가깝다. 나를 지근거리에서 보는 내 가족들, 나와 정말 친한 친구들은 쉽게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나와 함께할 뿐. 조언을 하더라도 매우 조심스럽다. 내 고통을 나를 통해 직접 보기 때문이다.



고통의 시간을 겪고 나면 성숙한다는 글을 많이 본다. 고통이 의미가 있고, 고통 속에서 내 자아를 확인할 수 있고, 고통은 나만 겪는 게 아닌 모두의 인생에 필연적으로 만나는 것이라는.. 좋은 말들이 많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쉽게 내뱉을 말이 아니다. 내가 고통을 지나왔을 때 분명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고, 내 자아를 발견했으며, 분명 성장했지만, 그게 유익하기 때문에 기꺼이 그 자리로 돌아갈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너무 힘이 들었고, 나는 말이 아닌 한숨으로, 탄식으로 살았었다. 인생에서 경험하는 고통은 그런 것이다. 자신의 경험 없이 남이 한 말을 빌어서 고통을 견뎌내라고 하는 사람에게 어쩌면 나는 싸대기를 올려붙일지도 모른다. 내 고통을 함부로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어딘가에 있을 힘들어하는 내 동지들에게 엊그제 본 영화의 대사를 빌어 위로하고 싶다.

“It’s not your fault.”

고통스러운 것은 그대가, 우리가 나약해서 그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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