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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나무 Feb 13. 2021

겨울이 가기 전에 해야 하는 자연놀이

part 2. 곤충의 겨울나기 흔적 찾기

추운 겨울.

기온이 낮아짐에 이불속에서 나오기 힘들죠.

외출 한 번 하려면 두터운 외투와 장갑, 목도리 등으로 꽁꽁 싸매고 길을 나서야 합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예요.

영리한 동물들은 저마다 겨울을 나는 방법을 깨우치고 혹독한 추위와 싸웁니다.


두터운 털 옷으로 갈아입기도 하고 땅 속으로, 굴 속으로 파고들어 겨울잠을 자며 에너지를 아낍니다. 곤충의 경우 보통 겨울나기 준비로 본인의 알을 꽁꽁 숨기는 것부터 시작을 해요. 그 알을 따뜻하게 품어줄 장소를 정해 숨겨서 종족을 보존하는 것이죠.


겨울이 가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하는 자연 놀이 두 번째 이야기는

겨울나기로 꽁꽁 숨어 있는 친구들을 찾아보기입니다.



나무들이 성장을 하면서 수피가 조금씩 벗겨집니다.

곤충들의 겨울나기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예요. 가로수, 숲길 등의 나무에서 수피가 벗겨지고 있다면 한번 살짝 들여다보세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미줄 같은 막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관찰을 할 때 돋보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는 핸드폰 카메라의 확대 기능을 활용해도 좋은 방법입니다.



흰색 거미줄 같은 흔적을 준우가 찾아냈습니다.

누구의 알 주머니일까요? 아주 작은 것으로 보아 준우가 좋아하는 무당거미의 알주머니는 아닌 것 같습니다. 준우는 이 흔적을 보고 안에 아기 거미들이 꽁꽁 숨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보통의 거미와 곤충은 알을 낳아 꽁꽁 숨긴 뒤 생을 마감합니다. 때론 알을 끝까지 지키고 아기들의 첫 번째 먹이로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죠. 엄마의 희생으로 지켜진 알들을 잘 지켜줘야겠습니다.



엄마와 준우가 심각합니다.

또 누구를 발견했을까요?



하얀 점 같이 있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엄마의 눈에는 해충인 깍지벌레의 흔적 같지만 아이는 그저 신기합니다.


약대벌레 유충


우연히 나무 외피를 들추다가 작은 유충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준우는 이 유충의 이름을 삐죽이라고 지어줬습니다. 

누구의 유충이든 정말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잘 자고 쉬고 있었을 텐데 실수로 그만 나무껍질을 떨어뜨렸어요.


사실 이 유충의 이름은 익충인 약대벌레의 유충입니다. 약대벌레 유충은 소나무의 수피 아래에서 살고 앞 뒤로 움직이며 작은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처음부터 아이에게 이름을 정확히 알려주기보다는 생각하고 본인이 이름을 지어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자연놀이에서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창의력이 커지는 소리가 들리죠.




작은 꽃눈 안에서도 흔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엄마표 자연 놀이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하나하나의 자연의 이름을 아이가 물을 때입니다.

엄마가 컴퓨터적인 지식이나 박사가 아닌 이상 모두 알 수가 없어요. 저 또한 마찬가지죠.

자연 놀이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식물, 곤충, 동물의 이름을 알고 생태계를 공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시각으로 아이들이 자연을 바라보고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에서 또 다른 생각을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아이와 자연을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키우고 자연을 느끼기 위해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 곤충의 흔적이 누구의 흔적인지를 찾는 것이 아닌 아이와 즐겁게 상상하고 이름을 아이가 지어주게끔 유도를 해보세요. 어른이 생각할 수 없는 이름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숲에서 쓰러져 구멍이 숭숭 뚫린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이 구멍 안에 누가 살까?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아이들은 저마다 상상의 나무를 키웁니다.



은유는 토끼가 숨어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준우는 궁금하다며 안을 모두 파 볼 것을 제안합니다.

엄마 아빠는 아마도 이런 나무라면 장수풍뎅이 또는 사슴벌레의 애벌레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를 했죠. 너무나도 궁금한 준우는 안을 갈라보고 싶다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열어보는 순간 안에 있던 애벌레들이 너무 추워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에 준우는 결심을 한 듯 보였습니다.



옆에 있는 나무를 덮어주며

" 따뜻하게 잘 자렴~" 이라며 배려하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도 따뜻해지는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자연에서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들은 배려를 경험하고 인내를 배웁니다.

아이 또한 자연이기에 자연에서의 경험은 아이의 생각나무를 더욱더 단단하게 해 줍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 전에 아이와 길을 나서보세요. 봄이 오면 나무와 꽃이 깨어나듯 꽁꽁 숨어 잠을 자고 있던 곤충들도 깨어난답니다. 나무뿐만 아니라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들춰보세요. 깜짝 놀랄 흔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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