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부터 회의실에 계신 분께 드리는 심심한 위로의 글
대졸 공채로 입사한 그 대기업은
나를 하찮은 볼트나 너트쯤으로 여기며
첫 인턴 월급 80만 원이라는 경악 할 급여를
경험과 경력의 중요성을 운운하며 반짝이는 미래를 상상하게끔 가스라이팅을 하고
장밋빛 포장지로 나의 열정페이를 포장하여
그럴싸하게 3년을 굴려먹었고
그런 곳에서 체력과 정신적 피폐함으로 결국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사람들을
루저, 사회부적응자, 실패자, 미래를 포기한 사람쯤으로 세뇌시켰지만
결국
머리가 몰라도 몸이 아는 법
내 몸무게는 입사 때 56(공식 비공식 58) 키로에서 퇴사즈음 46(공식!) 키로라는 피폐해짐을 수치로 보여주고
20대 중후반의 걷보기엔 (살이 빠져서 심지어 날씬한) 멀쩡한 여성이
길을 걷다가 땅바닥에 주저앉기를 여러 번
빈혈에 쓰러지는 지경이 돼서야 내상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였고
퇴사를 하게 되었었다
대한민국 굵지의 40:1로 입사한 대졸 공채를 3년 만에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인사팀에서 발령을 세 번이나 내며 내 퇴사를 막으려 했었다는 후문을 남기며
깨달음을 얻게 되니
그것은 퇴사하려는 나를,
밥에 술에 사 먹이며 붙잡았던 인사팀장님, 지점장님, 팀장님의 표현에 따르자면
(일을 열심히 하긴 했었지)
"좋은 게 좋은 것이다"는! 나를 위해서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뜻풀이를 해보자면,
좋은 것은 = 너의 몸과 정신을 갈아 넣어 밤낮없이 회사에 낸 결과는
회사에 좋은 것이다 = 다른 애를 처음부터 교육시키기 힘드니까 그냥 네가 계속 일햇! 였다.
요즘 Z세대의 개인적 혹은 이기적이라며 부정적으로 부르는 이른바 MZ문화를 백번 이해하는
노동 착취 당해본 1인 나다
Z세대 들은 '아닌'건 용기 있게 "NO"라고 하는 것이다.
잘하고 있다 Z세대 파이팅!
가스라이팅과 성공을 향한 혹독한 열정이 동의어가 아닌 것을 늦게 알았다
퇴사 후 공황이라는 정신적 고난을 단지 번아웃 정도의 기침으로 생각하고
약 3개월간
적금을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까먹으며
여행도 가며, 나만의 시간으로 몸과 마음을 가까스로 추스르고 난 후
외국계기업으로 이직/전직을 했다.
6개월 정도 쉬고 싶었지만
한참 일 할 나이라며 엄마가 집에 있는 나를 매우 못마땅해하셨기에
일단 취업을 했다
첫 번째 직장이 워낙에 여성이 많은 조직이었기에 웬만한 까다로운
(심지어 산후우울증 사수까지 경험한 나로서는)
이 정도의 경험이면 어느 조직을 가던 예방 접종이 돼있다고 생각한 차에
이 새로운 곳에서
New 까다로운 선배(과장님)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청소년시절부터 대학 학부과정까지 외국에서 수학하여
영어는 물론 외국 문화 특유의 개방적 성격이었고
업무 매뉴얼을 달달 숙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실무자만의 고충인 고객사의 티테일한 진상짓이라던지
벤더사의 (갑질 아니고) 을질까지 손아귀에서 해결을 보는
회사의 모든 업무의 중심이었다
나는 업무만랩 그녀에게 일을 배웠고
곧 그녀의 고객사 몇 개를 넘겨받아 업무를 할 정도로 믿음과 역량을 키웠다
그녀는
김혜수 대배우가 연기했던 "직장의 신 미스김"처럼
후배들과는 절대 사적인 자리를 안 했는데 내가 입사 9개월이 지난 즈음
점심식사 메이트를 제안받을 정도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시청에 사무실을 두고 있던 회사 주변에는 직장인들 대상 식당이 많았는데
그녀를 따라 새로 가본 곳은 유독 깔끔하고 맛있고 가격까지 합리적인 곳들이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나만의 백만 맛집' 3곳은 품고 있잖는가
예민한 그녀 덕분에 나의 탑 3을 단번에 갈아치울 만한 곳을 알게 된 것이다
여담으로
그런 그녀가 사장님께 사랑받는 기가 찬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야근수당이 있는 회사임에도 그녀는
본인이 다른 직원과 잡담을 했기에 업무시간 안에 다 못한 것이라며
야근할 때도 야근 수당을 신청하지 않을 정도로
(회사입장에서는) 정직한 1등 직원이었다
어느덧 2년여 업무만랩 사수인 그녀와의 공적, 사적 메이트가 되어가던 내게
새 지점에서 회계업무라는 새로운 기회를 익힐 수 있는 기회와 승진이 다가왔다
나는 어리석게도 첫 번째 대기업에서 5년을 못 채워서, 두 번째 직장으로 이직할 때
사원 -> 사원으로 이직했었다
(신입이여 기필코 버텨라 대리 승진 할 때까지! 이직은 직급을 하나라도 올리고 해야 한다!)
새 지점으로 승진하며 발령받았을 때
기존 고객사에게 담당자 변경안내를 위해 이메일을 작성하여 보내면서
업무인수자인 그녀를 참조하고
송부하자마자 1분 뒤 그녀에게서 답메일이 왔다
"누구 씨, 나는 당신의 부하가 아닙니다 고객사에게 내가 일을 잘 도와주고 안 도와주고는
당신이 평가 할 사항이 아니에요"
나 "????"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그렇다
내가 고객사에 메일을 보내며 쓴 멘트인
" 그동안 귀사의 업무를 담당하던 저의 타 지점 발령으로, 귀사담당업무는 '미스 00 과장'이 새로 담당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리며, 그녀는 귀사의 업무를 잘 맡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감사했고 귀사의 건승을 기원합니다"라고 쓴 메일을 그녀가 꽈배기가 무색하게 꼬아서 받아들인 것이다.
그동안 쌓아두었던 믿음의 벨트가 끊어진 것이다
나는 당장에 그녀의 자리로 가서
"어머 과장님 ~ 제가 쓴 이메일이 과장님의 업무를 평가한,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제가 단어 선택에 경솔했습니다 오해를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매우 미안한 얼굴과 난처한 몸짓으로 사과를 하고 일단락되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과장님은 나한테 답메일 쓸 때 부장님과 새로운 지점의 본인 동기를 '숨은 참조'로 넣었다는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들었다.
가스라이팅 보다 무서운 직장 내 뒷담!
사회 초년생 때 자기 개발서를 많이 읽었었다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등과 같은...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고민하고 학습하기 위한
그래서 사람들과의 힘듦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했던 순진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혹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록 느끼는...
(교육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좌절하게 되는 모멘트가 아이러니하게도....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관계가 개선되거나
나를 대하는 상대의 태도를 바꾸지 못하는 괴로운 상황
꼬일 데로 꼬인 사람들과 월요일 아침 9시부터 주간회의라는 이름으로 갖는
비효율적 고문의 시간 같기도 하고..
그때 힘들던 마음을 최근에 알게 된 책이 공감되어 추천한다
(그 사이 무례한 사람이 늘어난 것일까? 할 말 하는 세대가 된 것일까? 둘 다 일수 있겠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사회 초년생의 자기 계발 필독서는 데일카네기에서 이 책으로 이제 새대교체가 되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특히
이 책의 부제목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인생자체는 긍정적으로 단, 개소리에는 단호하게"
**이 책의 효용 혹은 추천사
1. 참기만 하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
2. '내가 그때 왜 그 말 듣고 반박하지 못했지!' 라며 이불킥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
3. 상처를 아예 안 받을 수 없지만, 덜 받을 수 있음
4. Naysayer의 부정적 피드백을 피할 수 있음
5. 가족이나 친한 사람에게 상처받을 때도 얼굴 붉히지 않으며 no 라고 대처할 수 있음
*Naysayer 란? 항상 부정적이고 불가능하고 좋지 않고 실패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
꼬지 않고.. 단순히 생각하고, 무던한 사람들이 사회의 과반수임을 믿습니다
똘추 : 정상인 = 49 : 51일때 내가 51에 서 있음을 안도하며 글을 마친다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