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 히토나리가 쓴 <냉정과 열정 사이>의 주인공 쥰세이는 유능한 미술품 복원사입니다. 그는 복원사란 화가가 살았던 먼 과거를 현대로 끌어와서, 다시 미래로 보내는 '시간의 우체부'라고 말하지요. 잃어버린 시간을 돌이켜 생명을 되살리는 작업이라고 말입니다. 그는 그림이 덮어쓰고 있는 시간을 에탄올로 씻어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전 주로 에탄올의 사촌인 알코올로 씻어내는데 말이죠.
하지만 쥰세이는 과거의 연인 아오이를 복원하지 못합니다. 복원 작업 중, 누군가의 칼에 찢어져 버린 프란체스카 코사의 명화처럼 아오이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과거에 있습니다. 그는 매일 피렌체 아르노강이 내려다 보이는 아파트에서 눈을 뜹니다. 아르노 강에는 퐁테 베키오(베키오 다리)와 산타 트리니티가 있습니다.
"나는 이 거리에서 나 자신을 재생시킬 수 있을까. 내 안에 르네상스를 일으킬 수 있을까."
단테는 꽃의 도시 피렌체에서 태어났습니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읜 그는 아홉 살이 되던 해, 운명처럼 베아트리체를 만납니다. 단테는 하루도 소녀를 잊지 못합니다. 오늘도 소녀가 보고 싶어 피렌체를 순례하다 산타 트리니타 다리 난간에 섰습니다. 천사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은 베아트리체가 걸어오는군요. 헨리 홀리데이가 그린 <단테와 베아트리체, 1883>를 보세요. 단테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 뒤로는 베키오 다리가 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단테의 사랑이었던 그녀는 스물 네 살에 젊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단테는 그녀를 보내지 않습니다. 그의 불멸의 대작 <신곡> 천국의 입구에, 그를 기다리고 있는 베아트리체를 세워 두었으니까요.
쥰세이도 단테처럼 다시 만난 아오이를 보내지 않습니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그는 '새로운 백 년'의 시작인 '현재'를 향해 자신을 재생시킵니다. 그녀를 복원하기 위해 힘껏 달려갑니다. 잊지 않으셨지요. 쥰세이는 '유능한 복원사'라는 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