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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자 Mar 29. 2024

폴댄스는 사람을 찢어

폴댄스는 사람을 찢어

폴댄스를 시작한 지 벌써 두 달, 운동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니 나조차도 놀랄 정도다. 게임 퀘스트 깨 듯이 향상심이 있어 더 꾸준히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얼마나 레벨업하였느냐,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향상심이 곧 향상이 아니듯, 풍만한 욕망이 있다 하여 육신이 욕망껏 따라주는 것은 아니니까.(변명 맞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는 입문자도 우아하게 날아다니던데 그에 비해 필자의 모양새는 아직 꼬챙이에 꽂힌 통돼지 바비큐… 그래, 딱 그것이다.



폴댄스가 정복한 세계

응. 그거 내 SNS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어플을 누르면 추천 영상과 사진들이 죄다 폴댄스와 관련된 것 들이다. 참으로 무서운 녀석들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그들의 말에 복종하며 홀린 듯이 좋아요를 눌렀다고 한다.

알고리즘의 파도에 몸을 맡겨. 예에!


알고리즘에 흐름을 맡긴 채 추천 영상들을 정주행 하다 보니 사람들이 폴댄스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폴댄스 유튜버의 댓글에는 악플과 성희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폴러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속옷 마냥 요상스러운 옷을 입고 다리를 벌려가며 봉에 매달리는 꼴이 천박하다던가. 미국 스트립퍼들이 팁을 받으려고 추던 춤이라던가. 온갖 참견과 차마 옮겨 적을 수도 없는 성희롱을 아무 거리낌 없이 늘어놓고 있다.

(자, 이제 누가 천박한 거지?)




잠깐만.

폴댄스가 미국에서 스트립퍼들이 팁을 받으려고 춘 춤이라고? 진짜? 놀라서 턱이 빠지는 줄 알았다. 내가 느낀 우아하고 멋진 폴댄스의 첫인상과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정말 시작이 스트립쇼라 치자. 그렇다고 한들 지금은 엄연히 폴스포츠로 불리는 건전한 운동의 한 장르인데 스트립쇼와 동일시해도 되는 걸까.



아니. 그전에

애초에 그들이 주장하는 폴댄스의 기원은 맞는 걸까.



인도의 체조 말라캄을 소개하는 KBS 기사


인도에는 종교적, 정신적 해탈을 위하여 수행을 하는 수행자들이 있다. 그들을 ‘사두’라고 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부처, 고타마 싯다르타도 삶을 수행에 던지는 사두였다고 한다. 수행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평생을 기르거나 수행을 시작한 이후로 걷지 않고 한 자리에 앉아있다거나 한쪽 팔을 머리 위로 들어 내리지 않는 등 다양한 수행법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요가도 수행 중 하나라고 하니 요가자세가 왜 그리도 어려운 건지 납득하게 된다.




인도의 수행자 ‘사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해당 유튜브 링크의 벌거벗은 세계사 115회의 시청을 추천한다.





말라캄 요가는 줄이나 봉에 매달려서 고난도 요가 자세를 취한다. 이러한 수행법 때문인지 원숭이 신이 만들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사진을 보면 십분 이해가 간다.


말라캄 요가

아직 입문자라 기술의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위 말라캄 요가 사진과 똑같은 자세의 기술도 있다.



대부분의 덧글에서 주장하는 유래는 1920년대의 스트립 쇼라고 하던데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현재의 폴스포츠(폴댄스)의 정신은 스트립쇼보다 12세기부터 시작된 인도의 말라캄에 가깝다.


물론 정확한 유래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직접 경험한 폴댄스는 섹스어필이 아닌 스스로를 수행하는 과정이다. 발끝, 손끝 하나하나 집중해서 동작에 이르는 그 과정은 정말 고통스럽거든.



말했잖아.

폴댄스는 사람을 찢어








아. 그리고 옷에 대한 지적질이 넘쳐나던데

당장 놀이터나 운동장에 달려가서 철봉에 세로로 매달려 보시라. 살을 가릴수록 버티질 못하고 주르륵 떨어진다. 오롯이 살로 마찰을 버티니 멍이 들기 일쑤. (이게 수행이 아니면 뭐겠어.)

동작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더더욱 살을 들어내게 된다. 뉴비들은 모르는 고인물들의 세계.


폴웨어는 속옷이나 비키니가 아니다.  폴댄스를 위한 운동복이다. 마치 노출병 환자를 보는 듯한 시선은 이제 거두어 주시길





물론 악플러들은 유래가 어떻든 누군가를 흠집 내고 싶은 거겠지만.



상관없다.

이 글은 폴댄스를 사랑하는 모든 폴러들을 위한 헌정글(!)이니까.



아직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병아리가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그만큼 폴댄스에 진심이다.

모두들 편협한 시선에 주춤거리지 않고 건강한 폴 라이프 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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