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댄스는 사람을 찢어
멍.
모든 폴러의 공통점. 폴러라면 몸 곳곳에 얼룩정도는 있어줘야지. 연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판다처럼 까만 얼룩이 생긴다. 나는 비교적 클린(?)한 몸을 갖고 있는데 왜냐하면 아플 것 같으면 버티질 않기 때문.
그래서 클라임 할 때 곧 잘 흘러내린다. 무릎으로 폴을 감싸서 버티는 게 아파서 힘을 덜 주게 되고 힘을 덜 주니 미끄러질 수밖에…
같은 입문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무릎은 푸른색, 붉은색, 검은색 여러 색의 멍들이 자리했는데 내 무릎은 하얗기만 하다.
약간 영광의 상처 같기도 하고, 연습량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최대한 버텨보려 하지만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몸은 아플만하면 힘을 빼버린다.
이런 나도 검붉은 피멍이 들 때가 있는데, 바로 폴싯 하는 날! 빙글빙글 도는 폴에 앉아있는 것 자체로 허벅지의 고통은 최상치를 찍는다. 최대한 허벅지 안쪽의 살로 폴을 고정해야 한다. 앉아있는 것도 괴로운데 해마나 드라마퀸 같은 동작을 따라 하려 아등바등 애쓰면 예쁜 동작, 예쁜 멍 완성이다. 일단 폴에 앉아 버텨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으니 이 악물고 버텨야만 하는 것.
"자주 하다 보면 안 아파요"
셀룰라이트 제거에도 좋아요"
독심술이라도 쓰는 걸까 폴싯 할 때마다 슬퍼지는 나에게 선생님이 위로를 건넸다. 정말 안 아픈 건지 고통에 둔감해지는 건지 의구심이 생겼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전까지는 발레나 태양의 서커스 같은 이미지였는데 어쩐지 선생님에게서 어릴 적 읽던 무협지의 무림 고수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아아. 폴싯 그것은 폴댄스판 철사장인가.
검붉어진 허벅지의 얼룩을 보며 쿵푸팬더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폴싯 정도는 가볍게 해 줘야 강호의 도리인 거야?
폴싯도 안 아픈 날이 있을까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