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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Sep 05. 2018

#63. '가을'에도 '살'이 안찌는 비법

[극사실 실천법] 천고마비? 내 식욕억제가 마비되었다! 


    하늘이 높다. 고개를 최대한 젖혀 끝을 찾아보지만 도통 끝이 보이지 않는다. 푸르기는 또 얼마나 푸르던지. '눈이 시리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식상하지만 눈이 시리게 파랗다.


    이렇게 하늘이 높아지면 중국에는 흉노족이 쳐들어 왔더랬다. 우리가 아는 만리장성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낭만적인 사자성어로 알고 있는 '천고마비'는 "Winter is coming"과 같은 의미였다. ('왕좌의 게임'을 본 사람만 알 수 있음) 곧 흉노족이 쳐들어 올 때가 되었다는 매우 무서운 말인 것이다.


    '천고마비'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무서운 말이다. 말만 살이 찌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늘이 높고 푸르러지면 이 땅의 모든 척추동물들은 살이 찐다. 겨울이 오기 때문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겨울철에 평균 5~7파운드(2~3kg)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 시작이 바로 가을이다.


    왜 가을에는 말도 사람도 살이 찌는 것일까?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알고는 있었겠지만 다양한 핑곗거리들이 있을 테니 찾아내 보자.

    





    덥기도 하거니와 '어쩔 수 없는 노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은 몸을 노출하는 것에 신경을 쓴다.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한다. 인스타그램을 채울 비키니 사진도 찍어야 한다.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사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성껏 노력을 한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그런 부담은 사라진다. 가릴 수 있는 부위가 많아진다. 이게 바로 매 시즌마다 옷을 사야 하는 이유다. 최신의 트렌드로 가려줘야 '티'가 나지 않는다.


    인간은 효율을 쫒는 동물이다. 혹독한 식이와 운동의 결과나 트렌디한 옷을 입었을 때의 결과가 같다면 편한 것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보다 과학적인 이유도 있다. 해가 늦게 뜨기 시작한다. 수면 양이 늘어난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시간은 줄어든다. 


    아침저녁이 쌀쌀해지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의지'가 감소한다. 아침 이불속이 천국이 된다. 아침 잠결에 이불속을 뒹굴 때 느껴지는 그 사각사각하게 몸에 감기는 이불의 상쾌한 기분은 '이대로 죽어도 좋을' 지경이다.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계절성 정서 장애(SAD)를 겪기도 한다. '가을 탄다'는 것이 바로 계절성 정서 장애다. 괜히 우울하고, 인생이 덧없다. 슬픈 노래를 들으며 한줄기 눈물을 흘리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통곡을 한다.


    일조량도 줄고, 계절성 정서 장애도 겪으면 세로토닌이 감소한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린다. 행복이 감소했으니 '행복할 짓'을 한다. 그래서 먹는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세로토닌이 감소할 때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먹는다. 그러니 가을에는 이별하지 마라. 쪽쪽 말라죽거나, 빵빵하게 쪄서 죽는다.


    햇볕이 부족하면 비타민D의 생성도 줄어든다. 비타민D는 지방분해와 관련 있는 효소의 분비를 촉진한다. 장에서 칼슘 흡수를 촉진해서 지방흡수를 방해하기도 한다. 지방분해도 덜 되고, 지방흡수도 못 막는 것이다. 그러니 먹는 양이 같아도 살이 더 찔 수밖에 없다.


    추석 명절도 큰 기여를 한다. 먹고사는 게 풍족해진 요즘도 명절에 음식이 넘쳐난다. 물론 해외로, 국내 곳곳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도 많이 늘었지만 '음식 노동'은 여전하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명절 문화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몇 날 며칠을 기름에 찌든 명절 음식을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고역이다. 


    풍부한 제철 먹거리도 한몫을 한다. 잘 생각해 보자. 가을에 추수하는 것들은 모두 탄수화물이다. 그리고 당분이 차고 넘치는 제철 과일들이다. 탄수화물 먹는다고 살찌는 건 아니지만 맛난 먹거리가 쉽게 흡수되는 단순당으로 집중이 되어 있다. 그런 음식들이 넘쳐나니 하나의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동면'의 신호다. 'Winter is coming'을 몸이 안다. 인간은 동면을 하지 않음에도 이렇다. 신기하다. 그런데 동면 비스름한 걸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극한 스트레스나 슬픔에 처하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몇 날 며칠을 누워 있기도 하니 말이다.


    동면의 신호는 가을이 되면 온다. 그러면 몸은 '인슐린 저항성' 상태가 된다. 인슐린 민감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포도당이 지방으로 저장이 된다. 지방에 몸에 쌓이게되면 우리 몸 시스템의 연료 효율이 높아진다. 소량의 음식으로 장시간을 버티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 몸에 입력되어 있는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 몸에 '선탑재' 되어 있는 시스템이야 어쩌겠는가? 언젠가 다시 빙하기가 오면 살아 남기 위해서 이 '시스템의 대물림'은 지속될 것이다. 그걸 바꿀 순 없을 것이다.


    그 외의 문제는 '현실적'인 것들이다. 날도 좋으니 햇볕을 맞으며 산책을 하자. 얼굴 노화를 막는 건 중요하니 얼굴엔 선크림을 바르고, 따스한 가을 햇살 밑에선 겉옷을 벗고, 팔을 걷자. 그래야 세로토닌도 비타민D도 합성이 된다. 


    이제 조금 있으면 보정용 레깅스들이 팔리기 시작할 것이다. 두꺼운 검은 천 뒤에 숨지 말자. 그래 봐야 혈액 순환만 안돼서 셀룰라이트만 많아진다. 한번 숨긴 몸은 내년 봄이 지나야 나올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숨기지 말고 계속 꺼내 놓자.


    시원한 바람이 부니 왠지 고열량의 음식을 먹어도 될 듯할 것이다. 아메리카노가 핫초코로 바뀐다. 괜히 케이크 한조각도 더 먹게 된다. 하지만 여름 더위가 훨씬 에너지 소비가 많다. 겨울 추위로 에너지를 소비하려면 몸이 덜덜 떨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고열량을 먹어도 된다' 따위의 안심은 하지 말자.


    가을을 대처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하던걸 지속하면 된다. 천천히,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만큼 말이다. 봄부터 시작했던 그 치열한 추억을 계속 지속하자. 


    가을 산책도 좋고, 산행도 좋고, 캠핑도 좋고, 트래킹도 좋다. 가을만큼 자연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계절도 없다. 특히 짧긴 얼마나 짧은가! 이때다 싶으면 바로 실행하자. 아니면 11월쯤에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계획해 보자. 인스타용 사진을 위해서라도 예쁜 몸에 대한 의지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달라지는 건 없다. 우린 행복하기 위해서 예쁜 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니까. 그러니 행복을 먼저 생각하자. 여름에 행복했던 것처럼 가을에도 행복해지자. 그냥 하던걸 계속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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